▲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8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16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시민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촛불시민 “이재용 구속은 당연한 결과”
탄기국, 더욱 강력한 투쟁 전개 가능성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그야말로 촛불과 태극기의 세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진 주말 집회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최종 결론일이 임박하면서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가 18일 오후 서울 일대에서 열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 지연 어림없다! 박근혜·황교안 즉각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이라는 주제로 16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1부 집회를 시작한 퇴진행동은 ‘박근혜 대통령과 사라져야 할 것’ 발언대 등 시민 자유발언과 가수 공연 등으로 메인 무대를 꾸몄다.

예비 중3 김준호군은 “시국이 몇 개월째인데 아직도 탄핵 사유를 모르냐”며 박근혜 대통령을 질타했다. 미선이, 효선이 촛불 때부터 촛불을 들고 있다는 이용우씨는 “암 선고를 앞두고 적폐청산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진행동은 시민과 함께 “탄핵지연은 어림없다” “황교안은 특검을 연장하라”는 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의미를 되짚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본 집회에서 김덕진 퇴진행동 대외협력팀장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대해 “16번의 주말 동안 광화문 광장을 지키고 전국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퇴진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도 “‘삼성은 구속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지고 법 앞의 평등을 실현했지만, 헌정유린을 비호하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탄핵심판이 더 지연돼서는 안 되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기간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촛불광장을 찾은 시민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며 한층 세를 더한 태극기집회에 대해 탄핵 인용을 앞둔 보수 측의 위기감이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하진아(40대, 하계동)씨는 “이재용 부회장이 안 된 마음도 있지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니까 (구속은) 당연한 결과”라며 “탄핵 다음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자유한국당의 양심 없고 뻔뻔한 모습은 너무 보기 싫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경태(30대, 미아동)씨는 “탄핵이 인용될 것 같으니까 태극기 측에서 위기감이 높아진 것 같다”며 “예전에 촛불이 국회 탄핵안 가결을 앞두고 위기감에 엄청나게 몰린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했다.

촛불집회 행진은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청와대 세 방면, 헌법재판소 두 방면, 재벌총수구속 촉구를 위한 행진 등 6코스로 진행됐다.

▲ 18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이 주최하는 탄핵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반면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도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서 제13차 태극기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와 특검 해체를 주장했다.

이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남창(男娼) 게이트’이자 ‘고영태 세력의 국가반란 사태’로 규정하며 “언론과 국회, 검찰, 특검에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남창 고영태 일당이 설계한 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녹음파일이 공개됨으로 고영태 일당이 소수의 기자들과 작당하고 야당과 연계해 대한민국을 말아먹으려고 하는 일종의 정권 소매치기”라며 “여기에 가담하는 자는 정권 사기단”이라고 비난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삼성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존재하겠나. 그런데 그 총수를 구속영장도 공개하지 않고 구속했다”며 “구속수사는 특별한 경우에만 하는 예외적인 조치인데 검찰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는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다. 우리는 이러한 부정에 대해 눈을 감고 침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의원과 탄핵심판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도 자리했다.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다던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저항권을 토대로 ‘국민저항본부’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그동안 평화적인 방법을 고수했지만, 이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을 천명한다”며 격렬한 방식의 투쟁을 벌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태극기집회에 250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고, 퇴진행동 측은 촛불집회에 오후 8시를 기준으로 70여만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전했다.

한편 양측 세 대결은 오는 25일을 기점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퇴진행동은 25일 서울 집중집회로 17차 촛불대회를 여는 등 23일부터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수요일인 3.1절에도 18차 차수를 부여하며 촛불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탄기국 측도 25일 집회에 대해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4주년’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또 3.1절 집회는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광화문과 서울역, 동대문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