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2천명 성추행 추기경 조사 막아"

(서울=연합뉴스)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5년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재임 시절 동료 성직자의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선종 당시 성인 반열에 올려야 한다는 신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요한 바오로 2세마저도 더욱 불거져만 가는 성추행 파문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26년간 교황으로 재직했던 그의 성인 반열 '입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4일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요한 바오로 2세를 둘러싼 은폐 의혹의 핵심은 그가 교황 재임시절 소아성애병적 추기경에 대한 조사를 막은 것은 물론 아동을 성추행하고 사건을 은폐했던 고위 가톨릭 성직자들을 승진시켰다는 것.

오스트리아 친구였던 한스 헤르만 그뢰어 오스트리아 전 추기경이 수십년간 아동 2천명을 성추행했지만 교황청의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뢰어 전 추기경의 후임자인 크리스토프 숀본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의 시스템을 꼬집으며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며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숀본 추기경에 따르면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당시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해 조사하려 노력했지만, 당시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 있던 바티칸에 의해 좌절됐다는 것.

그뢰어 전 추기경은 1995년 가톨릭 학교 학생들이 피해사실을 폭로하면서 직위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교회는 오히려 돈으로 성추행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54세의 한 피해자는 2004년 성추행 피해에 대해 입을 닫는 조건으로 3천400파운드를 가톨릭 교회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부 마시엘'로 알려져 있는 멕시코 출신의 마르시알 마시엘 데고야도 사제도 요한 바오로 2세의 '축복'을 받은 인물.

보수 종교단체를 조직했던 마시엘은 1998년 이 단체 회원들을 추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요한 바오로 2세는 2004년말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승진시켰다.

라칭거 추기경은 당시 마시엘을 조사하고 있었고, 마시엘은 1년 뒤 라칭거가 교황에 오른 뒤 바티칸으로부터 속죄의 삶을 살 것을 명령받는다.

폴란드의 한 신학자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성추행 은폐에 주요 책임이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하며 "대부분의 성추행 사건이 그의 재임시절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시복(諡福)할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40년간 요한 바오로 2세의 개인비서를 지냈던 스타니슬로 드치비스 폴란드 추기경은 교황이 하느님 아버지처럼 (성추행) 문제들을 명확하게 해결했던 분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교황청의 신앙교리성(CDF) 책임자인 윌리엄 레바다 미국 추기경이 1986년부터 1995년까지 포틀랜드 대주교 시절 아동 성추행에 연루돼 쫓겨난 성직자를 신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행정업무에 재배치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레바다 추기경은 당시 문제의 성직자를 재배치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으며 결정에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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