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천지일보(뉴스천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 불가피
‘사장단 집단경영체제’ 유력시
지배·사업 구조 재편 차질 예상

인사·채용·투자 등 올스톱 우려
‘미전실 해체’ 불가… 일단 지속
전장업체 하만 인수합병 불안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재계 1위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의 경영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재계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이미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어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삼성의 2인자 그룹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역시 불구속기소 될 가능성이 커서 당분간 그룹 수뇌부가 법적 대응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경영에 어려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삼성은 17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어왔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경영을 꾸려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재로썬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주요 사안에 대응하는 집단경영체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장단 협의체 경영 방식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실제로 운영된 전례가 있다.

당시 삼성은 이 회장 퇴진과 함께 현재 미전실에 해당하는 전략기획실을 공식 해체하고 그해 7월 2일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부터 사장단협의체로 전환했다.

일각에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룹 총수의 빠른 결정과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배·사업 구조 재편 역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공식화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도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안에 지주회사 전환 해법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특검 이후로 예정된 사장단 인사나 조직개편 또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이미 단행됐어야 할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 부회장이 작년 12월 청문회 때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미전실은 총수 부재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본래의 역할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년 3월에 시행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알 수 없는 상태라는 게 삼성그룹 측의 입장이다. 상반기 공채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열사별로 진행하는 등의 대안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비롯해 총 8개 기업에 대한 인수 및 지분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총수가 부재할 경우 과감한 결단과 투자가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80억 달러)로 하만을 인수한 바 있다.

일부 미국의 주주들이 삼성의 하만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인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발생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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