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 조금때 놓치면 까나리 조업 못해"

(백령도=연합뉴스) 실종자 구조를 중단하고 함체를 조속히 인양해달라는 실종자 가족의 요청에 따라 군이 4일부터 인양작업을 본격화했지만, 백령도 주민들은 인양작업이 적어도 1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얘기에 조업 재개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화동에 사는 김경진(35)씨는 "애초에 인양작업으로 바꿨어야 한다"며 "돌아오는 '조금' 때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때를 놓치면 주민이 타격을 입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장촌에 사는 장익범(64)씨도 "우리가 15일부터는 그물을 쳐야 하는데 그때까지 인양작업이 끝나기에는 좀 촉박할 거 같다"며 "인양작업이 한 달 넘게 걸리면 우리 어민들은 힘들다"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조금' 때를 맞춰 인양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4월말이라도 까나리 그물을 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하늘'이 돕지 않으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날도 민간 구조구난업체가 함체 인양작업을 위해 사전 정밀조사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첫날부터 거센 바람에 맥을 못 추고 대기한 상황이다.

최치호(64) 남3리 어촌계장은 "조금 때가 물 조류가 약해 작업하기에 제일 좋으니 6∼7일에는 인양작업을 해야 한다"며 "그때 잘 풀려야 4월말이라도 그물을 친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화리 주민(50)은 "계획대로 진행돼야 인양까지 1개월이란 소리인데 사실 어민들은 작업이 제대로 될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이번 조금 때 실패하면 5월로 넘어가는데 그럼 까나리 조업은 사실상 못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올해 조업을 못하면 수입을 떠나 그동안 투자한 돈도 날리게 되는 것"이라며 "보상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실종자가 너무 많아 쉽게 그런 얘기를 꺼낼 수도 없다"며 어민들의 답답한 분위기를 전했다.

어민뿐 아니라 상가를 운영하는 주민들도 군이 실종자 구조작업에서 인양작업으로 전환한 것이 생업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병대 6여단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황점식(62)씨는 "인양작업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다 끝나려면 4월말까지는 갈 텐데 장사가 되겠나"라며 "군인이나 면회오는 사람이 없으니 당장 한 달 동안 가게 문을 닫을 생각도 했다"라고 말했다.

임계남(59) 연화3리 이장도 "이번 사고로 외부손님이 뚝 끊겼다. 이곳 주민들은 백령도 얘기가 언론에 나오기만 하면 피해를 본다"며 "인양작업이 늦어지면 주민들이 피해를 보겠지만 지금 미리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 않은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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