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B 지도자 피살로 긴장감 '팽팽'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 개막일을 두달 남짓 남겨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백 간 인종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994년 흑인 정권이 출범한 이후 넬슨 만델라 당시 대통령의 영도 아래 흑백이 공존하는 `무지개의 나라'를 표방해왔지만 흑백 간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3일 노스웨스트주(州) 벤테르스도르프에서 백인 우월주의 조직인 '아프리카너(네덜란드계 토착 백인) 저항운동'(AWB) 지도자인 농장주 유진 테러블랜치(69)가 살해돼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임금 체불에 불만을 품은 21세 및 15세 농장 일꾼의 우발적 범행으로 밝혀졌지만 이를 계기로 그간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흑백간 대결 구도가 표면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테러블랜치는 1973년 백인 동료 6명과 함께 AWB를 창설한 뒤 1980년대 초 백인만을 위한 국가 건설을 주창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는 2001년 주유소 경비원을 살해하려한 혐의로 3년 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뒤에는 AWB 재건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2008년 3월 AWB의 활동 재개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을 우려한 듯 직접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인종적 혐오감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면서 진정할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AWC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청년동맹 의장 줄리우스 말레마의 최근 행보와 연결지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테레블랜치가 잠자는 사이에 손도끼와 쇠파이프로 살해된 점과 말레마 의장이 최근 각종 집회에서 과거 백인정권 시절의 ANC 투쟁가(歌) `보어인을 쏴라'를 부르곤 했다는 점에서다.

말레마는 흑백 갈등 확산을 우려한 시민단체의 소송 제기로 법원으로부터 이 노래를 더 이상 부르지 말라는 명령까지 받았으나 이에 불응할 태세여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앞서 남아공에서는 2008년 2월 한 대학 기숙사에서 백인 대학생들이 흑인 청소부들에게 무릎을 꿇린 뒤 오줌이 섞인 음식을 먹게한 장면을 촬영한 이른바 `오물 동영상' 사건으로 큰 파장이 일었는데 이는 그간 흑백 통합 과정에서 잠복해 있던 양측간 갈등의 표출 과정으로 해석됐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에는 한 백인 청년이 남아공 정부가 흑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점을 들어 캐나다에 난민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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