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과거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중국어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몰려 종종걸음을 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산한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중국 사드 보복, 관광객 급감
명동 상인들 “매출 반토막
이대로 가면 장사 접을 듯”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작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반토막 났어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을 시작한 뒤부턴 중국 관광객이 급격히 줄고 있어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외교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요우커)의 한국 방문이 줄고 있다. 15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N화장품매장 관계자 김모(34, 여)씨는 “2~3년 전에 비해 명동을 찾는 요우커 수가 확연히 줄었다”며 “유동인구가 과거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4시쯤 명동거리는 각종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들과 관광객 수가 비슷할 만큼 한산했다. 과거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중국어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몰려 종종걸음을 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 차가 뚜렷했다. 3시간가량 취재를 하는 동안 깃발을 든 요우커는 고작 2팀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서울시 관광협회 소속 한 안내요원은 “최근 명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동남아·미주 지역에서 온 개별 관광객들”이라며 “요우커는 20%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명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화장품 매장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부분의 매장이 중국인 관광객보다 직원 수가 많은 상황이었다. 5개 중 2개 매장은 손님이 없어 직원들이 멍하게 명동 거리만 내다보고 있기도 했다.

S화장품매장 관계자 최모(28)씨는 텅 빈 매장을 돌아보며 “과거에는 일주일이면 나오던 한국행 비자가 최근에는 한 달이 넘게 걸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 평균 300만원 남짓하던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I화장품매장 관계자 라모(31, 여)씨도 “수십명씩 몰려들어 매장을 꽉 채우거나 한꺼번에 다량의 제품을 쓸어 담아가던 과거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푸념했다.

실제 법무부가 발표한 월별 중국인 방문자 수를 살펴보면 8월 89만 5000여명에서 10월 69만 8000여명, 12월 54만 8000여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 춘제 기간(1월 27일~2월 2일)도 국내 여행사의 예약이 약 20~30%까지 줄어드는 등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싼커)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지만, 상인들은 싼커 증가세보다 요우커 감소세에 따른 타격이 더 큰 상태다. 이들은 기존처럼 명동에서 관광과 쇼핑 위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서울 강남 번화가 방문이나 맛집 탐방 등 개인 취향에 따라 행선지를 정하기 때문이다.

명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상인들도 “지금처럼 어려운 때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거리에서 패션가방과 지갑 등 잡화를 파는 김모(45)씨는 “사드 때문에 명동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다 망하게 생겼다”며 “하루 매출이 2~3만원도 안 될 때가 허다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류스타 브로마이드와 CD를 판매하는 나모(38)씨는 “작년과 비교하면 수입이 70%가량 줄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은 간간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매출 하락은 마찬가지였다. 떡볶이와 부침개를 판매하는 정현식(56)씨는 “중국인들이 계속 줄어 만원 벌 걸 3000원 정도밖에 못 벌고 있다”며 “바다가재나 가리비구이 등 이색음식들이 많다보니 줄어든 관광객들도 그쪽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석류 착즙 주스를 판매하는 박모(30대)씨는 “매출이 10%가량 줄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지속되면 길거리 음식점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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