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은 직업을 변화시켰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가 하면, 많은 직업이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사진 속,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추억의 직업들. 그 시절을 살았던 세대에겐 아련하고, 젊은이에겐 그저 신기한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그때가 있었기에 현재도, 미래도 존재하는 법. 이와 관련, 역사 속으로 사라진 추억의 직업을 알아봤다.

 

▲ 일제시대 경성일지출상행에서 발행한 조선풍속 시리즈 엽서에 담긴 인력거 모습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자동차 2대 밖에 없던 시절에 인력거는 1217대, 이후 3배 늘어 
중산층 이상만 타던 고급 운송 수단… 인력거 교통규칙도 생겨
6.25 한국전쟁 전후까지 일부 지방서 운행됐으나 결국 사라져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어디로 모실까요?”

자전거 바퀴처럼 생긴 큰 두 바퀴 위에사람이 앉는 자리가 있다. 그 위에는 햇볕을 막는 포장이 둘러 씌어져 있다. 이곳에 손님을 태운 인력거꾼은 있는 힘껏 달려 나갔다.

1900년대 초를 보여주는 영화, 드라마 속에는 이 같은 모습의 인력거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의 주인공인 김첨지의 직업도 인력거꾼이었다. 자동차에 밀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인력거꾼.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골목·언덕 등도 이용해 큰 인기

인력거는 사람이 끄는 두 바퀴 달린 수레다. 인력거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은 박영효에 의해서다. 1883년 1월 27일 한성부판윤이 된 그는 인력거를 보급했다. 그리고 벼슬아치의 출퇴근에 교자 대신 인력거를 이용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갑신정변(1884년) 때 박영효가 일본으로 망명한 후 인력거는 이용되지 못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건 1894년(고종 31)이다. 당시 일본인 하나야마는 인력거 10대를 수입해 국내에 선보였다. 인력거는 서울 시내와 서울-인천 간 운행했다. 지금의 택시처럼 길가는 사람을 태워 도착지에 데려다주고 요금을 받았던 것.

최초 인력거꾼은 일본인이었다. 그러다 차츰 한국인으로 바뀌었다. 인력거가 보급되자 조선에서는 과거에 탔던 가마나 교자 등을 인력거로 바꿔 타기 시작했다. 이후 인력거는 부산이나 평양, 대구 등 지방 도시에 급속히 늘어났다. 특히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골목이나 언덕에서도 운행할 수 있어 큰 인기를 얻었다.

인력거는 고급 운송 수단이어서 비용이 비쌌다. 그러다 보니 중산층 이상이나 외국인, 기생 정도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인력거는 중산층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를 굳혀갔다.

▲ 일제시대 들어온 인력거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인력거꾼은 사회적으로 천대 받는 직업이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태우는 인력거꾼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지만 대부분의 인력거꾼의 삶은 척박했다고 한다. 인력거가 재산이라 보니, 혹여나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큰 일이었다.

소설 ‘운수좋은 날’에서도 인력거꾼의 힘든 생활이 담겨 있다. 소설 내용을 살펴보면, 동소문에서 인력거를 끌던 김첨지는 열흘 동안 돈을 벌지 못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작가가 글을 표현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늘어나는 승용차에 자리 내줘

사람들은 인력거꾼을 어떻게 불렀을까. ‘인력거조합’에 전화를 거는 방식이었는데, 오늘날 콜택시를 부르는 것과 비슷했다. 인력거가 하나둘씩 늘어나자 ‘인력거영업단속규칙’이 공포됐다. 1908년에 마련된 이 법안에는 인력거의 영업허가, 인력거꾼의 자질, 운임, 속도, 정원, 두 대가 마주쳤을 때 길을 비키는 법 등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1911년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2대있던 시절, 인력거는 1217대였다. 1923년에는 4647대로 늘어났다. 1924년의 자가용인력거는 1509대에 이르렀는데, 그중 936대가 한국인, 482대는 일본인, 77대는 프랑스인이 소유했다.

하지만 인력거는 점차 늘어나는 임대 승용차(택시)에 밀려 자리를 잃어 갔다. 승객확보를 위해 삯도 낮췄지만 소용없었다. 1931년에는 자동차가 4331대로 늘어났지만, 인력거는 2631대로 감소했다.

그러다 인력거는 광복과 더불어 서울에서 자취를 감췄으며, 일부 지방에서는6.25 한국전쟁 전후까지 운행되다가 사라졌다. 지금은 서울 북촌(아띠인력거)과 홍대(헤이라이더) 등 관광용만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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