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Y’展. (제공: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하늘을 나는 닭을 보았는가.

성태훈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하늘을 나는 닭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가 하늘을 나는 닭을 그린 것은 수년전 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업실 앞마당에서 수탉을 키우면서부터다. 장난삼아 쫓아가면 어느 나뭇가지 위에 올라간 닭은 지붕을 오르기도 하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야생에서 자란 닭은 날갯짓을 하다가 언제부턴가 조금씩 날기 시작한 것이다.

성태훈 작가는 “어둠을 뚫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닭. 이것이 내가 이번 전시에서 작업을 통해 꿈꾸는 세계”라고 설명했다.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에서 ‘FLY展 - 성태훈 개인전’이 개최된다.

작업과정이 고되고 복잡한 천연옻칠 회화를 주 작품으로 다루는 성태훈 작가의 주된 연작은 ‘날아라 닭’ 시리즈다. 작품 속 닭은 날지 못해 땅에만 있는 새가 아니다. 병아리와 어미 닭, 봉황이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난다. 어떤 새 못지않게 자유롭고 언제든 날아갈 듯한 역동성이 나타난다.

▲ 날아라 닭 (Fly, Rooster), 73x91cm, 목판위에 천, 옻칠화 (E ast Asian natural lacquer Painting), 2016. (제공: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화판에 천을 덧대고 수없이 덧칠한 천연옻칠은 일반 재료와 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독특한 심미성이 있으며 무게감이 있다. 어려움을 참고 버티어 이겨 낸 현실에서의 작가적 삶의 투과이면서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사유의 흔적도 보인다.

홍경한 평론가는 “‘날아라 닭’은 날 수 없을지라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 설사 희망 없는 세상일 지라도 결코 좌절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배어 있다”며 “특히 그에게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닭은 우리 소시민들의 잃어버릴 수 없는 이상과 희망의 치환이었고, 험난한 세상(도시와 숲 등) 위를 가로지르는 닭들처럼 고통과 번민, 역경을 딛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자는 유토피아의 다른 언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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