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UHD TV 사고 지상파 직접 수신해야 가능
지상파, 콘텐츠보호 명분… 유료방송 “주파수 무료인데 시청자 역차별”
방통위, 지상파 UHD 수도권 방송 2월말에서 5월 31일로 연기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정부가 오는 2018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지상파의 UHD(초고화질) 중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국민들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UHD 방송을 보려면 미국식 표준(ATSC 3.0) 방식의 UHD TV를 구매해야 하는데다 지상파 방송을 유료방송이 아닌 직접 수신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율은 5.3%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다. 따라서 지상파의 UHD 방송을 보기 위해 유료방송 대신 직접 수신을 택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콘텐츠보호 등을 위해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를 통해 직접 수신률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지상파는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사들과 UHD 재송신 관련 계약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사업자 간의 자율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콘텐츠 보호를 위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민의 공공재산인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면서 직접 수신하는 시청자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국민 대다수가 유료방송에 가입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지상파의 기본 원칙인 공공성과 공익성에 반하기 때문에 누구나 시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UHD TV에 수신 안테나를 내장하는 문제도 지상파와 제조사 간의 협의점을 찾고 있지만, 안테나가 내장되지 않고 별도 판매될 경우 소비자는 TV와 함께 안테나도 구입해야 해 부담이 증가된다. 안테나가 내장된다 해도 기존 UHD TV보다는 가격이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

안테나를 내장해야 한다는 지상파와 이를 반대해온 가전사는 우선적으로 지상파가 시험 전파를 송출하면 수신환경이 얼마나 나아질 것인지의 효과 등 관련 테스트를 해본 후 결정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이와 함께 기존에 적용된 기술표준인 유럽식(DVB-T2)의 UHD TV를 구매한 약 100만명의 소비자는 지상파 UHD 방송을 보려면 셋톱박스 등 컨버터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이 비용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에서 아직 셋톱박스를 출시하지 않아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5만~6만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UHD 수신률과 관련해 “향후 UHD 수신현황은 아직 예측하지 않고 있다”면서 “2007년 디지털 전환 때도 서비스 초기에는 보급률이 높은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방통위, 지상파 봐주기?

수도권 지역에 한해 지상파 UHD 방송을 2월 말 개시하는 것에서 5월 31일로 3개월 미뤄졌다. 당초 방통위는 2월 말 수도권 지역 개시에 이어 올해 말 광역시와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일대에서 UHD 방송을 개국할 계획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5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KBS의 경우 허가문제로 장비 발주가 늦어져 4월말 장비 구축이 가능하며 KBS를 포함 MBC, SBS도 방송 장비 간 연동성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특히 KBS는 당초 2월 말 관련 장비를 발주하기로 한 업체에서 4월 말로 납품을 연기하면서 UHD 방송 구축이 더 늦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지난해 11월 지상파는 방통위로부터 UHD 방송 허가를 받을 당시 2월 말 개국을 자신했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1차적인 책임은 방통위에 있다면서도 “당시 방송 3사 사장들은 장비도입 문제 등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발언했다. 기술적인 지연 사안도 예견됐지만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지상파가 허가증을 받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방통위는 이러한 우려되는 문제점들이 예견돼 있었지만 지상파의 말만 믿고 방송 허가를 내 준 것이다. 더불어 2월 말 개시를 호언장담하던 지상파가 개국 연기를 요청하자, 방통위는 또 한 번 지상파 방송사를 봐주는 셈이 됐다.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은 “좀 더 철저히 검증하고 확실한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국민들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는 오는 28일부터 본방송에 준하는 UHD 시험방송을 시작한다. KBS의 경우 정식 장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출력이 낮은 장비를 이용해 시험방송을 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오는 23일 민간합동 UHD 점검단을 구성, 운영해 지상파 UHD 준비 현황 및 문제점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 15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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