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의 여파로 인해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손님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구제역 확진에 축산업계 ‘비상’
“평소보다 손님 절반 이상 줄어”
소고기는 가격 오르는 추세
돼지고기 오히려 가격 내려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고기 새로 들어왔어요. 물건보고 가세요.”

축산 시장의 한 상인이 가게 앞에서 소리 높여 말했지만,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갔다. 전국 곳곳에서 구제역이 확진돼 축산업계가 비상인 가운데 직격탄을 맞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는 손님이 구제역 전보다 확연히 줄었다.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반 이상을 담당하는 이곳은 구제역 여파가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13일 오전 축산물시장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도매업체 관계자들이었다. 추운 날씨까지 더해져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물건을 나르는 상인과 트럭만 종종 눈에 띄었다. 반면 고기를 사기 위해 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매우 적었다.

이곳 상인 김명철(50대, 남, 서울 성동구)씨는 “구제역 때문에 손님이 대폭 줄어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은 주로 소고기보다 (값이 싼) 돼지고기를 많이 찾는 편”이라며 “돼지까지 구제역이 생긴다면 수입산밖에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상인 홍미숙(50대, 여, 서울 성동구)씨는 “경기는 계속 안 좋고 (구제역 이후) 손님도 많이 줄었다”면서 “그나마 자주 오는 단골손님 때문에 영업은 하고 있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중 기자는 시장을 찾은 소비자를 만났다. 주부 박은영(37, 여, 서울 성동구)씨는 “구제역 때문에 소고기보다 (값이 싼)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왔다”고 짧게 대답했다. 또 다른 시민인 황희영(32, 여, 서울 성동구)씨는 “구제역 때문에 물가가 더 비싸지기 전에 소고기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의 정육코너는 다른 코너에 비해 한산했다. 정육 코너를 찾은 일부 시민은 상품을 바라보지만 상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가족과 정육코너를 찾은 김태훈(27, 남, 서울 동작구)씨는 “구제역이 유행해 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다”며 “비교적 가격이 낮은 수입산 상품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이날 축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 유통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7만 6236원에 판매되던 한우 등심 1㎏(1등급) 소비자가격은 10일 7만 8294원으로, 가격이 2058원 올랐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삼겹살 1㎏ 소비자가격은 1만 9718원에서 1만 7842원으로 1876원 떨어졌다. 월초와 비교했을 때 소고기는 가격이 올랐지만 돼지고기는 떨어지는 흐름이다.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상인이 물건을 나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더욱이 이번 구제역 사태는 계속 확산되고 있어 소비자물가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은 1종 바이러스성 가축 전염병으로 지난 5일 충청북도 보은군에서 올해 처음 발생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북 정읍, 경기 연천지역 등에서 발생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12일 자정 기준으로 소 1203마리가 살처분 됐다. 이 중 한우는 746마리에 달하며 젖소 428마리, 육우는 29마리가 살처분 됐다.

과거에 발생한 최악의 구제역으로는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6개월간 발생했던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가 총 347만 9962마리 살처분됐다. 이에 소비자 물가가 치솟고 폐업하는 식당도 속출했던 과거를 고려해 볼 때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한 조류독감(AI)에 이어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의 여파로 최악의 육류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우업계에서는 구제역 피해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제역으로 인한 가격 폭등과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백신 접종뿐만 아니라 다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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