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전안법 시행 이대로 좋은가? 이해관계자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원부자재 안전부터 의무화해야”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시행 논란 후 두 번째로 국회에서 진행된 토론회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업태별로 세부적인 요구사항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현실에 맞는 법안이 나오기까지는 법을 폐지 혹은 유예해달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개선방법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로 가야 한다는 데는 입을 모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안전과 보호를 위한 규제가 선진국과 같은 사후규제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경제민주화포럼 ‘조화로운사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주최로 ‘전안법 시행 이대로 좋은가? 이해관계자 토론회’가 열렸다.

공병주 한국병행수입업협회 회장은 “구매대행, 병행수입, 제조, 핸드메이드 등 사업 형태별로 KC인증 기준을 만들어 인증하되 인증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판매를 막아버리는 것은 안 된다”며 “유통의 흐름만은 막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판매를 막지 않으면 인증받은 제품의 매출이 비인증제품보다 늘고, 그러면 판매자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스스로 안전요건을 갖추려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사업자 스스로 규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시장의 자율적 조정능력이 발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영신 글로벌셀러창업연구소 소장도 “안전확인이 안 된 제품을 올리면 무조건 범법자라고 제재하는 게 아니라 제품들은 안전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지함으로써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안전인증 제품을 선호하면 사업자들도 이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한 KC인증을 받는 대신 수입국가와 해당 국가에서 받은 인증 등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표기하는 방법을 허용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날 플로어로 참여한 조혜리 바람결 대표 등 핸드메이드 디자이너 모임 회원들도 “음식점의 경우 창업자들에게 위생 교육을 통해 위생시스템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있다”며 “이처럼 전안법 역시 상대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적은 제품군에서는 안전제품에 대한 기본교육 실시 후 원부자재 인증을 통한 자율안전 인증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전규제 항목을 최소화하고 사후규제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중현 소상공인연합회 전안법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후규제를 하고 있으며 중국은 생활용품은 규제하지 않는다”며 “옷에 대해서도 유아용품, 직접 피부접촉상품, 비직접 피부접촉상품으로 나눠 피부에 직접 접촉되지 않는 상품은 가장 약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전 관련한 제도를 만들 때도 제품원가가 상승되지 않을 수 있도록 고려해 제정했다고 명시까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순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도 “일본도 가정용 섬유제품에 대해서는 규제하고 있지 않다”며 “전안법 역시 품목에 따라 규제정도나 내용을 차별화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 부장은 “소비자 권익보호시스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은 사후규제를 해도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후 사후규제에 대한 얘기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소비자가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지만 미국은 제조사가 제품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 체계다.

더민주 이언주 의원 역시 “근본적으로 자율규제 영역에 있는 품목들을 많이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옥시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사후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전안법 시행 이대로 좋은가? 이해관계자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외에 제품 안전을 입증하는 법적 의무수행자를 단순 제조자나 판매자가 아닌 ‘원부자재 생산자’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핸드메이드 사업자들은 “인증받은 원부자재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어디를 가도 인증받은 원부자재(원단, 가죽, 염료, 액세서리 등)를 찾기 힘들다”며 “현행법상 원부자재는 유해물질 검사를 통한 시험결과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이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나 손쉽게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원부자재 상품의 KC인증은 원부자재를 제조하는 사업자가 발급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수많은 사람이 같은 원부자재를 중복인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중현 위원장 역시 “소상공인이 생산·판매하는 의류제품은 원자재를 구매해 열을 가하거나 약품처리하는 등 원재료의 화학적 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절단, 조립, 박음질로 생산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원자재부터 안전인증을 받을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현순 교수 역시 “원단과 부자재에 대한 적합성 인증을 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