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양준모(왼쪽부터), 안재욱, 정성화, 이지훈. ⓒ천지일보(뉴스천지)

이토 히토부미 저격서 서거까지
마지막 1년 그린 창작뮤지컬
영웅이자 청년 안중근 그려내

십자가 밑 결의 코끝 찡해져
정의의 편에 서라 외치는 모습
오늘날 사람들에게 외치는 듯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매년 2월 14일은 여성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다. 연인이나 청춘들은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초콜릿을 만들며 이 시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2월 14일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지금으로부터 107년 전 2월 14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숨지게 한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당시만큼 험난한 시국에 안중근 의사의 애국심을 되새기게 하는 뮤지컬 ‘영웅’이 다시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그가 순국하기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리고 있다.

2009년 초연된 이 작품은 안중근 의사 의거일 100주년(2009년 10월 26일)을 기념해 기획됐다. ‘더뮤지컬어워즈’ ‘한국뮤지컬대상’ 등에서 각각 6관왕을 차지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으며, 2011년에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의 무대에 올라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  뮤지컬 ‘영웅’ 스틸.ⓒ천지일보(뉴스천지)

나라의 주권을 완전히 강탈당했던 일제강점기 1909년. 갓 30살이 넘은 조선 청년 안중근은 러시아 연주의 자작나무 숲에서 동지들과 단지(斷指)동맹으로써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진다. 포부는 좋았지만 수적으로 열세해 일본군에게 많은 독립운동가가 목숨을 잃고 만다.

한편 명성황후 시해 당시 어린 궁녀로 그 참상을 직접 목격했던 설희는 독립운동을 다짐한다. 황실의 비밀정보조직 제국인문사를 비밀리에 이끄는 김 내관에게 자신을 일본으로 보내달라고 간청하고 복수를 위해 도쿄로 건너가 게이샤가 된다.

이토 히로부미의 눈에 들게 된 설희는 만주 하얼빈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독립군에게 전한다.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동지들은 조선독립을 위해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위해 동지들과 거사를 준비한다. 10월 26일 하얼빈역 이토가 모습을 드러내자 안중근은 준비됐던 브라우닝 권총을 겨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꼬레아 우레(대한독립 만세)!”

뮤지컬 ‘영웅’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영웅의 면모와 청년 안중근이 한 고뇌와 죽음을 앞둔 두려움 등 인간적인 모습을 한 그릇에 담았다. 단지동맹을 통해 동지애를 불태우고, 결정적인 순간 날린 7발의 총알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등 역사의 그날이 재현됐다.

반면 동지들의 죽음 앞에서 “대체 조국이 우리에게 무엇이냐”며 오열하고, 자기 죽음 앞에서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인간 안중근의 모습도 그려진다. 십자가 밑에서 ‘장부가’를 부르며 인간적 고뇌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안중근의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우리었다면 그 시대 그와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 뮤지컬 ‘영웅’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작품에서 안중근은 모두에게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올바른 정의의 편에 서라고 말한다. 오늘날 혼란한 시국을 사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말하는 듯하다.

4인 4색의 안중근을 보는 것은 이 공연의 묘미다. 이제는 안중근 역을 맡지 않으면 서운할 정성화와 실력파 배우 양준모가 강렬한 카리스마로 극을 이끈다. 반면 안재욱과 이지훈은 부드러운 음색으로 섬세하고 감정적인 안중근을 표현한다. 정성화에 익숙했던 기존의 관객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앙상블의 몫도 컸다. 일본군과 독립군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에서 앙상블들은 현란한 군무로 관객들의 혼을 빼놨다.

실감 나는 무대연출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11인의 독립투사가 단지동맹을 하는 자작나무 숲 단지동맹신과 철근 구조물 위에서 펼쳐지는 독립군과 일본군의 역동적인 추격신, 하얼빈으로 가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가 탄 실제 열차 등은 탄성을 자아낸다. 심지어 독립군들이 러시아에서 만두를 나눠 먹는 장면에서는 만두통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다만 거대 철근 구조물의 흔들림이 멀리서도 보여 관객들의 불안감을 자아냈다.

중독성 강한 넘버들은 작품이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단지동맹’ ‘누가 죄인인가’ ‘장부가’ 등은 물론이거니와 설희의 마음을 담은 ‘당신을 기억합니다’ ‘내 마음 왜 이럴까’ 등은 가슴을 절절하게 한다.

안중근이 바라던 ‘동양 평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여전히 비겁하고, 쉼 없이 침탈하고,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시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안중근 같은 영웅의 등장 아닐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