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건 본초학 박사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한의원 로비로 화이트보드를 꺼내들고 나타났다. 이 박사가 한의학의 기본 체계부터 우리 주변의 생활 습관까지 차근차근 그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상건 본초학 박사

“한의학 배울 자질 갖춘 일반인 많아
매월 한 번 한의원 로비서 공개강의
질병 나으려면 철저히 습관 바꿔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람이 좋은 햇빛이나 물, 공기, 토양에서 살아야 건강할 수 있지요. 그런데 지금 현대 자연환경은 그렇지를 못하니까, 이 열악한 환경에서의 ‘최선’을 찾자는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미네랄이 들어 있는 물을 먹고, 유리창을 통하지 않고 야외에서 직접 햇볕을 쬐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좋은 토양에서 난 식물을 최대한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생명력이 있고 생기가 있는 것을 먹고 마시자는 이야기죠. 이게 한의학의 기본 이치이지요.”

한의학을 전공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한의학에 대한 지식을 일상에서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물론 전국 곳곳에 한의원이 있고, 한의원에는 한의학을 전공한 한의사들이 있지만 이들에게 일반인들이 이치를 배운다는 개념은 거의 없다. 환자들은 병치료를 위해 한의원에 가고, 한의사가 지어주는 한약재 처방대로 한약을 먹을 뿐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했던가. 일반인들도 한의학의 원리를 알아서 일상에서부터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지난 2012년 발간된 ‘저절로 낫는다’의 저자 이상건 박사는 자신이 시무하는 한의원 로비를 개방해 한의학 강의를 하고 있다. 본초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쉬지 않고 ‘미래마을대학’에서 매달 한 차례 본초학의 기본 원리와 한의학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미래마을대학은 건축물을 갖춘 대학이 아닌 전문인들이 일반인들을 위해 생활에 필요한 강의를 자원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이 배운 지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상건 박사를 최근 그가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기자의 인터뷰 제안에 이 박사는 화이트보드를 꺼내 펜을 들고 한 사람을 위한 한의학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가 상당히 익숙해 보였다.

“초창기 때에는 학생과 환자들이 대상이었죠. 그런데 일반인도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본초에 대한 지식을 말이죠. 우리의 정체성은 한의학인데, 일반인들이 너무 모른다는 것입니다. 현 국가 시스템에서는 한의학 대학을 졸업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죠. 미분 적분 등 상관없는 공부도요. 그렇게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꼭 한의학에 자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공부를 잘 못해도 한의학을 공부할 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은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가 설명한 한의학의 본초학은 실생활과 아주 밀접했다. 이 박사는 본초(本草)의 정의를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약초에 머무를 수 있었던 ‘본초’에 대한 개념은 생활 전반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재료로 확대됐다.

한의학에서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의 기준은 ‘사람’이다. 사람의 체온을 기준으로 중심이 되는 미온보다 따뜻하거나 더 따뜻한 것, 미온보다 차거나 더 차가운 것으로 나뉜다. 사람의 체온에 맞거나 높여주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 그는 사람의 체온을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는 이시하라 유미 박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사람의 체온은 36.5도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미온(微溫)이라고 하는데, 이 온도와 가장 근접한 성질을 갖고 있는 음식이 바로 밥이다. 그래서 밥을 주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채소와 수분이 많은 과일은 대부분 찬 성질을 갖고 있어서 이 음식들로 주식을 삼을 경우 당장에는 큰 변화가 없어도 언젠가는 큰 병을 앓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 박사는 사람이 먹는 음식의 성미(性味)를 알고 먹는 게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의 강의에서는 선조들의 생활습관에 담긴 한의학의 이치도 엿볼 수도 있었다.

“어른들이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라’는 말을 하지요. 이게 이치적인 것인데요. 비슷한 예를 들면 딸꾹질이 있는데, 이 딸꾹질이라는 게 횡경막의 경련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것이에요. 찬 것을 많이 먹으면 소화를 못 시켜서 횡경막 경련이 일어나고 딸꾹질을 하게 되지요. 그럴 때 우리 선조들은 설탕 한 숟가락, 혹은 꿀을 먹였습니다. 그러면 딸꾹질이 진정됐는데, 본초학에서 단맛은 완화하고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딸꾹질을 하거나 아이가 울면 단 것을 줬다는 것입니다.”

이상건 박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임신부가 큰 피해를 입었던 것도 본초학의 이치를 들어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습기는 임신부에게 치명적이다.

이 박사는 “병원마다 다 가습기를 썼는데 왜 임신부가 더 피해가 컸을까”라고 질문하며 “한의학적으로 습한 것은 열을 내서 없애야 하기 때문에 따뜻한 것을 넣어주면 좋다. 그래서 습한 지역에서는 생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부는 배에 양수를 갖고 있어서 습하니 따뜻한 것을 줘야 하는데, 습한 몸에 가습을 하니 더 견디기가 힘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임신부 중에서 가습기 피해사례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일반인들이 음양의 이치가 담긴 한의학을 알아서 자신의 몸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氣)의 흐름은 만(卍)자 모양입니다. 이것이 인체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기순환 체계이지요. 그래서 건강해지려면 자연을 멀리하고는 불가능합니다. 질병에 걸리면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생활 습관부터 조금씩 자연에 위배되지 않도록 바꿔 나가야 합니다.”

이상건 박사의 충고를 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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