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가정 경제의 이유로 육아에 전념하지 못하고 일을 하는 엄마들이 무척 많다. 대부분 경제적인 측면 때문이겠지만, 여러 가지 다른 이유들로 일하는 엄마들도 꽤 있다.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 늘 미안해하고,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종종 느낀다. 여기 상황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이유식 문제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이유식을 정성껏 만들어 먹이고 싶지만, 할 시간도 없고 사실 귀찮다. 식사의 내용보다도 즉 맛있는 반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아이와 보내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야말로 가족 식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가족 식사를 통해 가족의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가족 식사를 함으로써 서로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확인하는 것이다. 가족 식사를 통해서 신체적인 포만감뿐 아니라 정신적인 포만감을 얻을 수 있다. 배가 불러서 기분이 좋아짐과 동시에 가족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신적인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자녀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녀와 놀이를 하는 것 외에 가족 식사를 통해서 아이와 친해질 수 있다. 특히 자녀와 놀이를 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적으로 힘이 든 워킹 맘은 식사 시간을 잘 활용하면 자녀와 가까워질 수 있다. 게다가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의 식사 습관, 기호, 태도, 생각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이를 편안하게 해 줄 수 있게끔 부모 자신이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한다. 부모의 편안한 모습을 보게 됨으로써 아이들은 자연스레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식사를 할 것이다.

둘째, 아이가 아픈 문제다. 아이가 아픈 것은 성장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기는 일이다. 그런데도 내가 워킹 맘이기 때문에 아이의 병과 나의 상태를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다. 그럴 필요가 없다. 아이가 아플 때 충분히 보살피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고 죄책감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아픈 것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나의 상황에 맞게끔 최선을 다해 아이를 보살필 뿐이다.
셋째, 발육 및 발달 상태의 문제다. 또래 아이보다 발육상태가 조금씩 느리면 괜히 신경이 곤두서고 내 탓 같다고 생각한다. 대개 정상 발달 단계보다 6개월 이상 뒤처지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는데, 우리 아이가 몇 개월이나 뒤처지는지 알기 위해서는 또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실시하는 영유아 발달검진을 활용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대개 24개월 미만의 아이들은 기다려도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넷째,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의 문제다. 아이를 가장 먼저 데려가서 맨 마지막에 데려온다면? 혼자 남은 아이를 데려올 때 짠하고 미안하다. 이 경우 언제나 일정한 시간에 등원과 하원을 하게끔 노력한다. 즉 아이가 엄마와의 헤어짐과 다시 만남을 잘 예측하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엄마는 아이에게 헤어질 때마다 “이따가 엄마와 다시 보자”와 재결합할 때 “엄마가 OO를 다시 보니까 무척 기뻐”라는 말을 빠지지 않고 들려주자. 아이는 비록 많은 시간 엄마와 함께 지내지 못하지만, 엄마의 존재와 사랑을 확인할 수 있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취할 수 있다.

엄마가 죄책감을 가지고 아이를 대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엄마가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죄책감을 표현하는 경우 아이는 다시 엄마에 대해서 죄책감을 갖게 되는 등 죄책감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항상 엄마의 눈치를 살피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은 엄마를 힘들게 하는 나쁜 아이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저하되고, 자기 비하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일하는 엄마들이여! 아이를 위해서라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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