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삶] 유전자가위기술, 어디까지 왔나
[생명과 삶] 유전자가위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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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2015년 4월 중국의 연구자들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사람의 배아(胚芽)를 대상으로 유전자 교정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지며, 유전자가위기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저명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는 2016년 3월호에 ‘유전자 교정 편집 시대의 시작(Dawn of the gene-editing age)’이라는 주제어와 함께 유전자가위를 상징하는 크리스퍼(CRISPR)의 그림을 표지에 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가위기술 활용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국산 농산물의 신품종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 미래 사회의 주요 과학기술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유전자가위기술이란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위가 종이나 천을 자를 때 사용되는 것처럼 유전자가위는 DNA(유전자) 가닥에서 특정 염기서열 부위를 잘라낼 수 있는 ‘제한효소(制限酵素)’를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하고 편집(editing)하는 데 이용된다. 제한효소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 옮겨 붙이는 기술이 바로 생명공학의 기반이 되고 있는 ‘유전자재조합기술’이다.

유전자재조합기술이 산업적으로 처음 이용된 실례로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코헨(S. Cohen)과 UC 샌프란시스코의 보이어(H. Boyer) 박사가 제한효소를 이용해 인슐린 유전자를 잘라내 운반체(또는 벡터, Vector) 기능을 지닌 플라스미드(Plasmid)에 삽입한 다음 대장균에 주입해 인슐린의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것을 들 수 있다.

유전자가위는 제한효소를 그대로 사용하는 ‘천연 유전자가위’와 제한효소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성능을 높여 사용되고 있는 1세대, 2세대, 3세대 ‘인공 유전자가위’로 구분이 된다. 천연 유전자가위의 성능을 높여 개발된 1세대 인공 유전자가위는 특정 DNA를 인지하는 단백질과 세균의 제한효소 중 하나인 Fok1을 결합해 만들어진 ‘징크핑거’로 불리는 ZFN(Zinc Finger Nuclease)이다. 징크핑거란 말은 1980년대 중반에 아프리카 발톱개구리의 유전자 연구에서 발견된 아연(Zinc)이 결합된 손가락(Finger) 모양의 단백질의 구조에서 유래된 말이다. 2002년부터 혈우병, 알츠하이머, 에이즈 등의 유전적 치료를 위한 징크핑거의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징크핑거에 이어 개발된 2세대 유전자가위는 ‘탈렌(TALEN)’이다. 탈렌은 징크핑커 사용 시 나타나는 설계와 제작 과정의 복잡성과 오작동 발생 및 과다한 개발 비용 등을 보완해 개발된 유전자가위이다. ZFN과 마찬가지로 Fok1을 제한효소로 사용하는 탈렌은 2011년 말부터 이용되기 시작했으며, C형 간염, 고콜레스테롤혈증 등과 같은 질병 치료의 모델링에 유용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2012년 말에는 징크핑거나 탈렌이 지닌 결점을 보완해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CRISPR-Cas9)’가 개발됐다. 제한효소인 Cas9에 RNA를 결합해 만든 크리스퍼는 제작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적게 들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크리스퍼는 징크핑거나 탈렌보다 구조가 단순해 세포 내로 쉽게 집어넣을 수 있고, DNA 가닥을 더 쉽게 잘라준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하면 돌연변이 세포주나 모델동물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 현재 겸상적혈구빈혈증이나 자폐증 등에 대한 모델동물이 만들어져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연구진(김진수 교수/서울대,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에 의해 Cas9가 아닌 Cpf1 제한효소를 이용해 유전자 교정의 효율성을 더 높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개발되어 3.5세대 유전자가위 기술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 유전질환 치료, 신약개발, 신품종 작물 개발, 장기이식용 모델동물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이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과학기술의 응용에서와 마찬가지로 유전자가위 기술도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크게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면에 부가해 그 기술의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윤리적, 제도적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려되는 실례 중 하나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수정란이나 배아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유전자를 지닌 ‘맞춤형 아기’의 출생을 들 수 있다. 이는 1997년에 개봉된 앤드루 니콜 감독의 ‘가타카(Gattaca)’에 비유해볼 수 있다. 가타카의 세상에서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 자연 출생한 인간은 ‘부적격자’로 취급되고, 유전자를 조작해 인공적으로 출생한 인간이 ‘적격자’로 인정받는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맞춤형 아기가 적격자로 대우받는 세상인 것이다.

급변하며 다가오고 있는 미래 사회에 유전자가위기술이 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의 개발과 이용에 대한 과학계를 위시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바른 인식과 함께 그의 활용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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