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보은, 전북 정읍, 경기 연천 등의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확산하는 가운데 충남 아산시(시장 복기왕)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돼지, 1000만 마리 대형참사 우려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O형과 A형,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유형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전국 1000만 마리 규모의 돼지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돼지의 경우 A형 바이러스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않아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일단 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구제역은 A, O, C, Asia1, SAT1, SAT2, SAT3형 등 총 7가지 혈청형으로 유형이 구분된다. 각각의 혈청형은 유전자 특성에 따라 최대 80여 가지의 하위 유형(아형)으로 나뉜다. 구제역은 기본적으로 혈청형 간에 교차 방어가 되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어떤 하위 유형인지에 따라 백신 효과에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크게는 혈청형별로, 작게는 유전자 특성에 따라 각각의 하위 유형방어에 적합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백신을 제조하는 나라는 영국, 중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소수 국가로 한정돼 있어 확보가 쉽지 않다.

실제로 2000년 이후 8차례 구제역이 발생한 우리나라에서는 A형 구제역이 검출된 것은 2010년 1월 포천·연천 소농가에서 발생한 6건이 유일했다. 하지만 이번에 경기 연천의 소농가에서 7년 만에 다시 A형이 발생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한우 사육농장에서는 구제역 의심 소의 간이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보은에서 3번째, 전국에선 5번째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농가에서도 A형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8일 영국 메리알사에 긴급 수입을 위해 재고 확인을 요청해놨지만, 현재까지도 회사 측의 회신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가 1100만 마리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돼지에 접종할 A형 백신을 구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돼지 농가들은 소독과 차단 외엔 A형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기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미 수년 전부터 주변국에서 A형이 꾸준히 보고됐지만, 정부가 안일한 대응으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