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볏가릿대 세우기.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1일은 2017년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다. 예로부터 정월은 그 해를 설계하고, 일 년의 운세를 점쳐 보는 달이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속담처럼 설에 조상의 예를 다하지 못했다면 보름 뒤인 정월대보름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월 대보름은 한해 중 농사 풍년을 소망하고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로, 보름을 지낸 뒤 본격적으로 농사짓기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보름까지 집에 가서 생계를 이어갈 농사짓기를 준비해야 했다.

대보름의 달빛은 어둠, 질병, 재액을 밀어 내는 밝음의 상징해 마을에서는 동제(洞祭)를 지내는 등 마을 행사를 했다. 대표적인 의례는 마을제사인데 달맞이, 달집태우기, 장승세우기, 줄다리기, 기세배, 지신밟기, 볏가릿대 세우기 등 다양한 공동체 민속이다.

개인적인 행사로는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시절 음식인 복쌈이나 묵은 나물을 먹기, 오곡밥이나 약밥, 달떡 먹기 등이 있다.

▲ 약밥 먹기, 부럼 깨기.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부럼은 대개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무는데 여러 번 깨물지 말고 한 번에 깨무는 것이 좋다고 전해진다. 깨물면서 앞으로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한다. 이렇게 하면 1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으며, 이가 단단해진다고 한다.

오곡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신라 제21대 비처왕(소지왕, 재위 479∼500) 때부터라고 전해진다. 그 기록은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는데 신라 제21대 비처왕이 488년 천천성에 행차했을 때 까마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이때부터 15일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해 찰밥으로 제사를 지냈다.

이날 여름에 말려둔 나물을 무쳐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해서 오곡밥과 함께 호박·고사리·가지 등 보통 9~10가지의 묵은 나물(진채식)을 먹는다.

시대가 변해 정월대보름을 명절로 지내는 풍습은 줄었지만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이날 달이 뜨는 시각은 ▲서울 오후 6시 27분 ▲인천 오후 6시 29분 ▲강릉 오후 6시 19분 ▲대전 오후 6시 27분 ▲대구 오후 6시23분 ▲부산 오전 6시 22분 ▲울산 오후 6시 20분 ▲전주 오후 6시 29분 등이다. 제주도와 전라도 지역은 구름의 영향으로 보름달을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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