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보상문제 1년째 갈등… 입주기업·정부 입장차 커
정부 “비핵화 없인 재개 불가”… 전문가 “차기 정부 의지 관건”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지 딱 1년이 됐다. 지난해 초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연이어 강행하자 박근혜 정부는 대북 압박카드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발표했고, 북한은 바로 개성공단 폐쇄와 자산동결, 남측 인원 추방 조치로 맞대응했다. 이후 남북 간 교류 활동은 완전히 중단됐고,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외교·안보적 불확실성으로 북한과의 관계는 꼬일 대로 꼬인 데다가 국내 탄핵정국으로 인한 외치공백까지 맞물리면서 개성공단 폐쇄 원인인 핵·미사일 해결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특히 쫓겨나듯 몸만 빠져나온 입주기업들의 시계는 지난 1년간 멈췄다.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입주기업들은 사업터전이 다시 열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재가동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기업, 보상문제 놓고 평행선

정부는 국가 안보 상황에 따라 입주기업들이 피해를 입었음을 고려해 특별지원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주기업들은 피해액 산정 방식과 보상 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피해 전액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협력기업 303곳 중 261개사가 신고한 피해액은 9446억원이었지만, 이 중 증빙서류 등이 있어 전문회계기관의 검증으로 실제 확인한 피해액은 7779억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정부는 지난 1월 말까지 피해기업들에 총 5013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피해규모, 기존 보험제도, 형평성 등을 고려해 보험 미가입 기업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남북협력기금에 별도 예비비까지 편성, 5200억원을 보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했다는 5013억원도 정부가 직접 사실관계 확인을 마친 피해액 7860억 원과 비교해도 64% 수준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산한 기업의 피해액은 1조 5000억원이 넘는다. 이들은 정부가 영업 손실이나 위약금, 미수금 등에 대한 지원책 없이 투자자산과 유동자산만 보상해 주었을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는 주장대로라면 입주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액은 실제 피해액의 3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경영 정상화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기업들이 실제 피부로 느낄만한 보상대책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보상방법을 두고 비대위와 정부의 입장 차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대위가 “개성공단 폐쇄 후 입주기업 평균 매출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사실상 매출 발생이 없거나 90% 이상 감소한 기업도 10개 기업이나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정부는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중단 이전인 2015년도 매출액의 79% 수준이고, 중단 당시 입주해 있던 기업 123개사 중 현재 113개가 조업 중”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비대위는 “정부 지원액 70% 정도는 남북경협 보험금으로 지급한 것이고, 보험금은 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다시 되돌려줘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통일부는 “남북경협 보험금은 3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지원액(5200억원)의 60% 이하”라며 “입주기업이 지난해 낸 보험료는 13억 5000만원으로, 보험금 3000억원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주도한 사안으로 기업이 피해를 봤다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명섭 통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부가 필요에 의해 추진한 사업을 중단했다면 그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 주는 것이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당연한 의무라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입주기업 재산을 제대로 평가해서 모두 수용해 주거나 손실보상을 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때 향후 정부가 다시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하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사업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개성공단 폐쇄 1년을 앞둔 6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출경 시 공지사항을 알리던 게이트 전광판이 꺼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 있나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남북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 재가동은 필요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 등을 생각하면 현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대권주자 중에 재개 의지를 표시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지만, 차기 정부에서도 꼬인 매듭을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논의되기 위해서는 북핵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개성공단 임금 사용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1월 유엔 안보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해 북한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 주도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면 대북제재의 벽을 스스로 허문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무시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복잡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요소는 지도자의 의지와 결단력”이라며 “어느 정도의 국내 여론이 뒷받침된다면 유엔제재, 미국의 독자적 제재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으로 한미 정상회담 개최 시에 정상 수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필요한 정치·외교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 재가동은 필요하다”며 “역으로 차기 정부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역할을 적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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