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됐다. 그 이유는 당초 비공개하기로 했던 날짜와 장소가 일부 언론을 통해 새나가면서 특검의 언론 플레이에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은 그런 사실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 잘못 됐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의 핵심은 조사의 내용이지, 그 조사의 시간이나 장소 등이 아니다. 조사과정은 당연히 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요, 특검법에 명시된 특검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장소와 시간까지 비공개하기로 한 것은 특검이 박 대통령에 보낸 일종의 배려라 할 수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검에 확인도 없이 일부 언론에 날짜와 장소가 공개됐다는 이유만으로 특검을 비난하고 어렵게 합의한 대면조사마저 거부한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사실 최근까지 특검 조사와 헌재 심판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리인단의 모습은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누구든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조사다. 게다가 헌재에서는 대통령직을 건 탄핵 결정을 다투고 있다. 사실이 아니면 아닌 대로, 사실이면 사실대로 진술을 해서 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여기에 무슨 ‘꼼수’나 여론을 의식한 정치전략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국정공백이 장기화 될 경우 그 피해는 그대로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공정하고 엄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협조하는 것이 대통령 신분에 맞는 처신이다.

그럼에도 지엽적인 문제로 인해 특검의 대면조사 자체가 불발되는 모습은 어떤 경우에도 납득하기 어렵다. 마치 트집을 잡아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다. 이대로 버티고 시비를 걸면 2월 말까지 예정된 특검의 활동 시한을 넘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헌재 심판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시간을 끌고 시비를 걸면 특검 수사가 끝난 뒤에 헌재의 최종 결심을 받을 수 있고, 잘 하면 시기를 더 늦추거나 기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물론 특검 조사의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헌재의 최종 결정도 언제 어떻게 나올지 우리는 모른다. 그럼에도 이 과정을 둘러싼 대통령과 대리인단의 언행은 그들의 권위와 무게에 어울리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 국가와 국민,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일개 범부들의 언행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국민의 심정은 더 참담하다. 설사 특검에 소환되더라도 ‘대통령 신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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