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인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와 아시아연대단체 ‘아디(ADI: Asian Dignity Initiative)’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무슬림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불교도와 버마족만이 누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와 아시아연대단체 ‘아디(ADI: Asian Dignity Initiative)’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무슬림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미얀마 정부를 향해 “종교와 종족이 무엇이든 간에 자국 영토”라며 “국가가 앞장서서 한 공동체의 삶을 파괴한다면, 그 국가를 결코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슬림에 자행되는 폭력을 용인한다면, 다음 타깃은 기독교인과 다른 소수민족, 평화를 외치는 불교도가 될 것”이라며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조사와 함께 로힝야에 대한 인종청소 작전 중단과 폭력으로부터 무슬림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즉각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3년 4월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는 인구 6098만명 중 89.4%가 불교를 믿는 나라다. 이 외에 기독교는 4.9%, 이슬람교 3.9%, 토속신앙 1.2%의 순을 차지한다.

▲발언하는 아시아연대단체 ‘아디(ADI: Asian Dignity Initiative)’의 김기남 변호사. ⓒ천지일보(뉴스천지)

방글라데시와 근접한 미얀마 라카인 주에는 7세기부터 로힝야족이 살고 있다. 로힝야족은 대부분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이며,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미얀마 130여개의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특히 2012년 6월 라카인 주에서 로힝야족과 불교도들 간 대규모 충돌이 발생해 무슬림 200여명이 사망했다. 이후 해마다 이들에 대한 차별과 종교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 3일에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미얀마 정부군의 학살·성폭행 등 범죄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로힝야족 204여명은 보고서에서 “미얀마군이 어린이를 포함해 수백명을 학살하고 여성을 강간했다”고 증언했다.

국제민주연대와 아디는 이날 OHCHR의 보고서에 대해 “심지어 한 여성은 군인 5명이 자신을 집단 성폭행하는 동안 8개월 된 자신의 아기가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며 “무슬림에 대한 폭력이 종족과 종교 간의 평화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얀마 정부의 군사작전이 인종청소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음이 유엔보고서를 통해 또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OHCHR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8일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 참석한 신자들에게 “로힝야족은 단지 그들의 문화와 이슬람교의 신앙대로 살길 원한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며 “핍박받는 로힝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자회견의 한 참가자가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 탄압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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