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찌즈끼 가즈의 삶을 그린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이 땅에도 저 별빛을(1965년)’포스터. (제공: 극단 미연)

한일합작극 ‘엄마’ 다시 무대에 오른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사랑의 이발사’ ‘38선의 마리아’라고 불리면서 133명의 한국 고아들을 키워내는 동안 모두에게서 ‘엄마’라고 불린 일본 여인 모찌즈끼 가즈(望月和). 고아들을 키우는데 일생을 바친 그의 유골은 한국 일산의 공동묘지와 일본의 한 절에 각각 묻혀 있다고 한다.

그가 민족이 다른 한국 고아들을 키운 것은 일본제국주의 만행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한 행동도 아니었고 한국이 좋아 한국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한 행동도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는 죄 없는 고아들이 불쌍했고 엄마 없이 지내는 아이들에게 그저 엄마가 되어준 것이 전부였다고 전해진다.

133명의 한국 전쟁고아를 헌신적으로 길러내 한국 정부로부터 1967년 광복상과 1971년 대통령 명예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은 모찌즈끼 가즈의 삶을 재조명하는 한일합작극 ‘엄마’가 재공연된다.

‘극단 미연’은 오는 1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효천아트센터 그라운드씬에서 연극 ‘엄마’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한일수교 50주년 기념작으로 초연된 이후 매해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친 일본 여인 모찌즈키 가즈의 실화를 담아냈다.

‘엄마’를 기획한 이정한은 “해방 후 6.25전쟁에서 생겨난 비극적인 산물인 전쟁고아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생활로 무려 133인을 키워낸 모찌즈끼 가즈의 일대기를 가감 없이 희곡화했다”며 “숭고한 인간애의 모범을 자신의 인생 속에서 보여준 한 일본여인의 삶을 통해 새로운 한일관계의 한 모습을 제시하면서 맹목적인 우익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 정부에 경고와 반성의 자세를 촉구한다. 한국 정부에는 보다 열린 자세와 절제된 감정으로 일본을 보는 시각을 갖자고 촉구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지난 2007년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박호석이 ‘모찌즈끼 가즈’를 맡았으며, 1999년도 서울연극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박기산, 대학로의 유망주 차한나 등이 출연한다. 또 13명의 아역 배우들이 전쟁 고아로 분한다.

한일합작극 ‘씨앗’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 ‘삼류배우’ 등을 연출한 김순영 대표가 진두지휘하며, 일본의 유명작곡가이자 여류시인인 요시오카 시게미가 작곡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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