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동혁이 형’이 인기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 코너에서 개그맨 장동혁이 ‘동혁이 형’으로 분해, 소위 소리를 질러댄다는 샤우팅 개그로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주고 있다.

‘동혁이 형’의 비판 대상은 분야를 따로 가리지 않는다. 민감한 정치적 이슈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한다.

“시청 하나 짓는데 몇 천 억 원은 기본이에요. 대리석 바닥에 유리 외벽에 심지어 에스컬레이터까지, 아주 웅장하다, 웅장해! 거기가 베르사이유 궁전이야?”

“교육계를 대표하는 장학사랑 교장이 촌지를 받는 비리를 저지른다고 하더라. 말 그대로 왜 그렇게 비리냐. 니들이 고등어야? 교육을 반 토막 낼 거야?” 

“2011년부터 국사가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이 된다더라. 국사가 무슨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이야?”

동혁이 형의 외침은 그야말로 옳은 소리들뿐이고, 사람들은 그래 옳다 하며 박장대소할 뿐이고, 그래서 동혁이 형의 인기가 마구 치솟을 뿐이고….

그런데 이 ‘동혁이 형’의 외침이 영 못마땅한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방송개혁시민연대가 이 개그를 두고 “대중이 공감할 사회 문제를 직설적 화법으로 풀어가는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선동적 개그”라며 “개그를 그야말로 개그로만 볼 수 없게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고 딴족을 걸었다.

네티즌들도 맞불을 놓았다. “일제시대냐, 군사정권이냐, 바른말하면 처벌 받는 더러운 세상” “뭐라 씨부리쌋노” “개그맨이 사회 풍자도 못하나”

입 달린 사람이면 누구나 ‘나에게도 입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것, 이게 표현의 자유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다. 때문에 ‘동혁이 형’의 외침을, ‘무책임한 개그’라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완전 어이없다’고 생각한다.

이 단체는 ‘동혁이 형’의 개그를 포퓰리즘 개그라고 했다. 코미디는 ‘포퓰러’ 해야 정상이다. ‘포퓰러’ 해지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이디어 짜고, 본의 아니게 바보가 되기도 하고, 철봉에 매달리기도 하고, 분가루를 뒤집어쓰기도 한다. 

‘동혁이 형’이 선동적이라는 말도 적절치 않다. ‘동혁이 형’이 촛불 들고 광화문으로 모이자고 한 적도 없고 청와대로 쳐들어가자 한 적도 없다. 다만 아닌 걸 아니라고, 잘못을 잘못이라고, 소리 질러 말할 뿐이다. 선동의 혐의는 가당찮다. 

이 단체는 ‘동혁이 형’이 ‘대중이 공감할 사회 문제를 직설적 화법’으로 풀어간다고 했다. 그렇다. ‘동혁이 형’에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것은, 바로 ‘대중이 공감할 사회 문제를 직설적 화법’으로 풀어냈기 때문인 것, 맞다. 핵심을 잘 알고 있으면서 ‘개그로만 볼 수 없다’ 우려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동혁이 형’의 저 옷차림 좀 봐라.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입어 보았을, 그러나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추억 속의 것들. ‘동혁이 형’은 별 볼일 없는, 그렇고 그런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비록 누추하나, 가슴에 태극기와 ‘동혁이 형’이라는 이름표만은 선명하다. 별 볼일 없지만, 나라를 사랑하고, 이름 석 자 가진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로 보인다. 국민은, 다 그런 것이다.

‘동혁이 형’의 외침이 울림이 있는 것은, 그것이 옳은 소리여서만은 아니다. ‘동혁이 형’이, 소통하고 싶어 하나 소통하지 못하는, 그래서 속 답답증이 생기기 시작한 수많은 그들을 대신해 ‘샤우팅’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혁이 형’ 의 ‘샤우팅’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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