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2016년 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금류에 전염된 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금류 전염병이지만 국가적 재난상황이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약 33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다른 나라에서도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살처분한다. 2001년 영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약 600만 마리의 동물이 살처분됐다.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의 살처분을 단행한 것은 처음이다. 축산업자, 정부, 국민 모두에게 걱정거리다.

AI(Avian Influenza)란 조류에서 발생되는 호흡기 전염병을 말한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종류는 무려 135종에 이를 만큼 다양한데, 닭이 감염될 경우 폐사율은 약 80%에 이른다. 그러한 까닭에 닭을 사육하는 농가나 닭관련 사업자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백신과 치료약이 있는데다가 AI 감염을 막기 위해 충분히 익혀 먹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한 가열 온도와 시간은 75℃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된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기원은 19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유래됐다. 이렇듯 100년 이상 지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천적인 예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동하는 철새들에 의해 주로 감염된다는 점, 오리의 경우 감염을 조기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또 감염된 조류에 접촉한 조류가 재감염되는 형태로 전파돼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다수의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돼 왔는데, 문제는 점점 그 규모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에는 10개 시군에서 가금류 500만 마리가 살처분됐지만, 2016년에는 6배나 증가돼 그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살처분된 가금류 가운데 산란계는 약 30%, 번식계는 약 50%였다고 한다. 이들 산란계, 번식계의 살처분이 늘어나면 계란 수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조류독감의 피해는 양계농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식생활에도 많은 악영향을 준다. 계란공급량 감소는 계란값을 부추길 것이며, 심지어 계란을 수입하는 단계에까지 가기도 한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거의 매년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동 대응 실패 및 늑장 대응 등으로 정부의 부실 대책에 대한 지적이 많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돼서는 안 된다. 왜 그런가. 전문가 부족 및 총체적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일본은 어떤가.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총리까지 나서서 대응에 만전을 기한다. 원천적으로 전파를 막기 위해서, 또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24시간 이내에 살처분한다.

우리나라 축산산업 비중은 전체 농업에서 약 40%를 차지한다. 때문에 축산산업에서 수급 차질이 빚어진다면 경제의 한 축이 휘청거릴 수 있다. 근본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오리농장과 양계장 사이의 일정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강력하고 다양한 백신 개발에 공을 들여야 한다. 정부, 축산업자, 전문가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철회하고 국제협력, 전문가 양성 등 올바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질병 청정국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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