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지 금속활자 인쇄 재현 ⓒ천지일보(뉴스천지)

세계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서

현존하는 하권 프랑스 도서관 보관
하나밖에 없어… 유네스코 등재
638년만에 상하권 복원 성공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直指)’.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줄여서 부른 이 책의 탄생은 인쇄문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사건이자, 우리 역사의 자랑거리였다. 또 우리나라가 인쇄 강국이라 일컬을 수 있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 위대한 탄생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 직지 금속활자 인쇄 재현 ⓒ천지일보(뉴스천지)

◆목판인쇄 단점 보완한 금속활자

처음 발달한 인쇄술은 목판인쇄였다. 올록볼록 글자를 새긴 나무판에 먹물을 묻힌 후, 그 위에 종이를 대고 문질러 한 면씩 찍어내는 방법이다. 이 경우 나무판에 글자를 하나하나 새겨야 해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또 목판에 새겨진 글자는 재사용할 수 없었다.

여기서 불편을 느껴 만든 게 금속활자다. 금속활자는 한자씩 글자를 제작한 후 틀에 맞춰 글자를 맞추면 됐다. 만들어진 활자는 다시 상자에 담아 보관할 수 있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내용에 맞춰 제작할 수 있었다. 목판 인쇄보다 비용도 시간도 적게 들었다.

우리나라는 고려 때인 1234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이용해 ‘상정고금예문’이라는 책을 찍었다. 이는 서양보다 무려 200년이나 앞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 남아있지 않다. 대신 1377년에 인쇄된 직지가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이다.

▲ 복원된 흥덕사지, 고려시대에 이곳에서 직지가 인쇄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독일 구텐베르크 보다 앞선 고려 ‘직지’

직지는 청주 흥덕사에서 고려 우왕3년에 백운화상이라는 스님이 선불교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 엮은 것을 그의 제자들이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이다.

책은 본래 상·하 두 권이었는데, 현재 하권만 남아있으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 조선말 주한프랑스 공사를 지낸 꼴랭 드 쁠랑시가 수집한 후 1911년 앙리 베베르가 소장했다가 1953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특히 직지는 1455년 인쇄된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인 독일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도 무려 78년 앞섰다. 이는 현재 실물로 전하는 금속활자 인쇄물 중 간행 시기가 가장 이른 것이어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1972년 ‘책’ 전시회,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에 전시되면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았다. 또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있던 고(故) 박병선 박사가 그곳에서 직지를 발견하고,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는 인류의 인쇄역사와 기술변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증거물이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직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 문화유산 중 해당 국가에 있지 않은데도 선정된 유일한 예다. 직지가 우리나라에 있지 않았음에도 세계유산으로 인정된 것. 당시 우리나라 관계자가 이 직지를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했을 때, 한국에 있지 않아 불합격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지구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책이어서 유네스코에 지정됐다.

▲ 직지 금속활자 인쇄 재현. 사진은 완성된 직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금속활자 직지 상하권 모두 복원

하권밖에 남아 있지 않던 직지. 하지만 최근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의해 상하권이 모두 복원됐다. 지난해 초 청주시는 ‘직지 금속활자 복원사업 결과보고회’를 열고 복원된 금속활자를 공개했다. 박물관은 지난 2011~2015년 ‘고려금속활자복원사업’을 진행해 금속활자 3만여 자를 복원해 상하권을 인쇄했다. 638년 만에 직지가 세상 빛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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