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뜨레, 기계 사자, 2012. (제공: 코이안)

방대한 기록물 바탕으로 한 전문가·예술가 작품 한곳에 모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회화, 건축, 철학, 시, 작곡, 조각, 육상, 물리학, 수학,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에 능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이탈리아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의 화가, 시인, 건축가, 기술자, 공학자, 과학자이자 음악가로서 그의 천재성은 르네상스의 민주주의적 이상을 그 누구보다도 우월했다고 말할 수 있다.

3만장가량의 ‘코덱스(Codex)’는 과학, 수학, 기술, 발명품과 관련한 스케치와 생각 등을 담은 다빈치의 기록물이다. 이 문서에는 예술적인 창조와 과학 정신의 조화로운 모든 창작물이 기록돼 있다.

로봇틱스 및 크리에이티브미디어 기획·제작업체 코이안이 주관해 개최한 ‘다빈치 코덱스’전은 예술과 과학, 기술이라는 이질적인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들의 삶 속에서 이들의 융합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빈치의 코덱스는 끈질긴 관찰과 끊임없는 탐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천재의 노력이자 그의 사고의 과정을 보여주는 지도이기도 하다. 노트 속에는 자연에 대한 깊은 고찰과 과학, 수학, 기술, 발명품 구상, 낙서들이 뒤섞인 일상적인 메모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지금까지 많은 예술가와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까지도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가능했던 현대와 과거 기술 조합해

꽃이 하늘거린다. 살랑거리는 꽃에서 철부지 같은 순수함과 자유가 느껴진다. 한송이가 활짝 피니 질투하듯 뒤따라 다른 송이가 핀다. 이내 다 핀 7송이의 꽃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장기를 자랑하듯 춤을 춘다. 그러더니 새침하게 진다.

중앙홀에 전시된 이 작품은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Shylight’다. 호기심에서 감상하기 시작해 감동으로 끝을 맺는다. 과학자, 연구원,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스튜디오 드리프트팀’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자연과 인류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며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가장 현명하고 고귀한 스승은 자연이다”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처럼 ‘스튜디오 드리프트’ 팀은 현대기술과 자연의 아름다움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자연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무엇이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가”의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 장성, Mobi_Chiesa. (제공: 코이안)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Shylight(2016)’ 5년간의 긴 시간 테스트를 거쳐 도출된 작품이다. 꽃의 형태와 기능에서 영감을 받은 이 팀은 여러 종류의 꽃이 피고 지는 이유는 자기방어와 에너지 효율을 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진화된 자연의 메커니즘을 통해 조명을 디자인했다.

20년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구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연구팀인 ‘엘뜨레(Leonardo 3)’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외에 다른 작품에 집중했다. 이 팀은 코덱스에 적힌 다빈치의 디자인과 글자, 스케치를 연구하고 재해석해 예술품으로 구현했다. 그리고 당대 불가능했던 여러 연구를 현대 기술·과학과 조합해 새롭게 탄생시켰다.

‘엘뜨레’의 멤버 마리오 타데이는 “다빈치라고 하면 모나리자와 같은 엄청난 작품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그 외에도 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엘뜨레’는 다빈치가 남긴 6000여장의 기록물을 조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물리적 실체를 만들어낸다”며 “우리는 다빈치의 천재성 외에 그가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과 모방, 분석 등을 발견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엘뜨레’가 실물 크기로 재현한 ‘기계 사자’에서는 16세기에 자동제어 시스템을 접목한 다빈치의 기술을 엿볼 수 있다. 1584년 죠반 파울로 로마쪼는 레오나르도의 제자 프란체스코 멜지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 정연우, Autonomous Mobile 2616. (촬영: 김예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레오나르도는 프랑스의 국왕 프랑수아 1세 앞에서 정말 멋지고 똑똑한 사자 로봇을 걷게 했는데, 걷다가 멈춰서는 가슴을 열고 백합과 다른 꽃을 쏟아냈다.”

‘엘뜨레’의 ‘기계 사자’는 움직이진 않지만 음악과 빛이 어우러져 경건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엘뜨레’ ‘스튜디오 드리프트’ 외에도 ‘김상배’ ‘정연우’ ‘장성’ ‘한호’ ‘전병삼’ 등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야말로 과거의 예술과 현대의 예술이 만나 색다른 창작물의 향연이다. 전시는 4월 16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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