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는 지난해 3월말 서울 불광사에서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중앙종회, 직선제·염화미소법 논의 종헌개정 부결시 간선제
“선거법마다 장·단점 있어 선거후유증 줄이고 방안 선택해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임기가 오는 10월 마무리된다. 올해 최대 화두는 단연 총무원장선거다. 총무원장선거 7개월여를 앞두고 내달 열리는 조계종 중앙종회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종단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간선제의 폐단인 금권·혼탁선거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종단 내에서 총무원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현행 방식인 간선제로 치를 것인지, 사부대중 대다수가 바라는 직선제로 치를지, 혹은 ‘염화미소법(간선제로 후보를 추린 후 종정이 최종 추첨하는 방식)’으로 치러질지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총무원장 선출제도는 종단의 헌법인 종헌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직선제와 염화미소법으로 치르기 위해선 반드시 조계종 중앙종회(종단 입법기관)에서 종헌을 개정해야 한다. 3월 열리는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현행대로 간선제로 치를 수밖에 없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총무원장직선선출제특별위원회가 제시한 ‘직선제안’과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특별위원회가 상정한 ‘염화미소법안’ 모두 오는 3월 임시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직선제는 일정 법계(수행 계급) 이상의 비구·비구니(남녀 승려)스님이 선거권을 가지고 총무원장을 직접 선출하는 제도다. 법계 중덕 이상의 비구 4300여명, 법계 정덕 이상의 비구니 4200여명 등 총 8500여명이 선거권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칭 염화미소법은 조계종 총무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검증을 위한 선거인단을 꾸리고, 선거인단은 총무원장 후보자 3인을 투표로 선정한 후 종정 스님이 1인을 최종 낙점해 총무원장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선거제인 간선제는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 스님들의 간접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다. 선거인단은 국회의원 격인 중앙종회 의원 81명과 조계종 24개 교구본사의 교구종회에서 10명씩 선출한 240명 등 총 321명으로 구성된다. 321명의 선거인단이 선거 당일 투표해 최다득표자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다.

◆커지는 직선제 열망… 현실은 간선제?

지난 1994년 종단개혁 이후 도입된 현행 간선제는 금권·혼탁선거 등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조계종은 지난해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대중공사'를 열고 선거제도의 대안을 모색했다.

100인대중공사 참석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은 직선제안이었다. 지난해 7개 지역별 대중공사 현장투표에서도 60.7%가 직선제를 지지했다. 직선제를 제시한 총무원장직선선출제특별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지지율은 80.5%에 달했다.

하지만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해 11월 정기회에서 직선제안과 염화미소법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우선 종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차기 종회로 이월시켰다. 당시 직선제특위원장 태관스님은 “이번 종회에서 종헌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직선제 도입이 어렵다고 본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염화미소법에 대해 논의해온 총무원장선출혁신특위원장 초격스님도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임시회에서 종헌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선거인단 및 선거절차 수립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10월 12일 치르는 총무원장선거 때까지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승 “종단화합 우선… 대중의 뜻 존중”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총무원장 선거제도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시넷은 “중앙종회에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종헌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결국 이월됐다”며 “직선제특위원장과 선출제도혁신특위원장이 모두 사퇴하는 등 선거제도 개선에는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이들은 “종단이 최근 구성한 백년대계본부가 사부대중의 지지와 참여 속에 제 역할을 하려면 (총무원장) 선거의 폐단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대중공의를 반영할 바람직한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선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법과 관련해 다수 대중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선거법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법은 없다”며 “다만 선거 후유증을 줄이고 종단의 화합을 이뤄내는 법이라면 어느 법이든지 그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임시회에서 사부대중의 여론을 수용할 뜻을 내비쳤지만,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총무원장 선거제로 불거지는 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는 3월 임시회에서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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