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교육계의 비리사실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이 3월 26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29일에는 수도권 전·현직 교장 157명이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교장선생님들의 이번 비리 건은 건국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공 전 교육감과 교장들의 혐의 내용을 보면 너무도 썩은내가 진동하여 교육계가 저잣거리의 시정잡배집단과 다를 바가 없는 막장동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공 전 교육감 뇌물수수 사건은 그가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 대변자였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이다. 공 전 교육감은 2009년 3∼8월 서울시교육청 인사담당 간부인 측근 장모(59) 씨와 김모(60) 씨로부터 5900만 원을 상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06년부터 2009년 특정 교감과 장학사가 교장과 장학관이 될 수 있도록 부당승진을 지시한 혐의도 더해졌다.

전·현직 교장들의 비리는 리베이트성 뇌물수수가 관행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너무도 어이가 없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도권 전·현직 초·중·고 교장 157명은 수학여행 시 숙박업체로부터 2박 3일 기준으로 학생 한 명당 8000원∼1만 2000원씩 받았고, 버스회사로부터는 한 대당 하루 2∼3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전직 교장이 브로커로 나서서 업체와 교장들을 연결시켜 주는 등 고리 역할을 했다고 한다. 현금으로 주고받는 것은 약과요, 어떤 교장은 아예 정기적으로 통장으로 송금을 받았다. 이른바 수학여행 리베이트라고 불리는 이 같은 비리는 사실 이미 20여년 전 전교조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고질화한 범죄행위다. 교육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이번 수학여행 리베이트 비리는 차라리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이미 지난해에도 부적격 칠판과 운동기구를 사주고 뒷돈을 받은 현직 교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었다. 수학여행뿐 아니라 교육기자재 납품이나 교내 시설공사 때마다 교장은 당연한 듯 뇌물을 받았다. 또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강사를 채용하며 뒷돈을 받고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면서도 돈을 받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복 단체구입과정에서도 커미션을 먹고 학교 급식업체를 선정하면서도 돈을 챙겼다. 이 정도면 ‘신성한 교육계’라는 말은 허언(虛言)에 불과하고 가히 ‘비리백화점’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교육계의 비리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규모가 커져간다는 데 있다. 특히 시·도교육감의 직선제 후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교육감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막대한 선거비용이 소요된다.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질 당시 법정 허용 선거 비용은 30억 원 정도였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 측이 한도액의 최소 2배 이상, 즉 60억 원 이상 썼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 전 교육감이 취임 후 비리행각에 나선 이유도 막대한 선거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여타 시도교육감들도 유혹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터이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장과 교육감이 앞장서 비리를 저지른 현실에 우리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짐작해보면 등골이 오싹하기조차 하다. 학생들이 혹시 ‘나는 바담 풍 해도 너희들은 바람 풍 해라’라는 위선자들이라고 스승들을 지탄하지나 않을까?

사교육 철폐니, 입시제도 개혁이니 무상급식 문제 등도 매우 주요한 사안이지만 이제 교육계 비리는 뿌리부터 손대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비리의 심각성으로 보아 교육계 스스로 ‘자율적 정화’를 해주길 기다리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다. 교과부와 감사원, 사법당국이 공조체제를 이뤄 총체적으로 교육계를 정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비리가 기생할 수 없는 시스템을 이참에 정착시켜야 한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교장공모제도 활성화하고 비리에 연루된 교육자는 온정주의적 경징계 관행을 타파하고 교육현장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극약처방도 고려해봐야 한다. 비리가 터져 나오면 잠시 떠들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구태가 재연되는 과거의 전철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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