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컨택트’ 스틸. (제공: UPI코리아)

[천지일보=이혜림·박선아 기자] 인간은 지구 밖 우주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미지의 세계에 대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지구 외 행성에 존재하는 지적인 고등생물인 외계인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계속되고 있으며, 외계인 존재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문화로도 이어져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E.T(1984)’ ‘인디펜던스 데이(1996)’ ‘우주전쟁(2005)’ ‘디스트릭트9(2009)’ 등 시대마다 외계인을 주제로 한 영화가 나왔다. 대부분의 SF물은 외계인과 전쟁을 하거나, 외계인의 침략을 받고, 새로운 행성에 찾아가는 영화가 많았다.

이 영화도 예고편을 봤을 때 여느 영화처럼 단순히 우주와 외계인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이제껏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영화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전 세계 51개 시상식에서 16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29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 드니 빌뇌브 감독)’가 지난 2일 개봉했다.

▲ 영화 ‘컨택트’ 스틸. (제공: UPI코리아)

 

 

“여성에게 최적화된 SF”

허구도 진짜로 만드는 연기
큰 주제, 한 사람 통해 풀어내
고정관념 깬 설정들 매력적

꼭 멀리 떠나야만 큰 이치를 깨우칠 수 있는가.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시고 깨우쳐 유학길을 돌아선 것처럼 영화 ‘컨택트’는 신비로운 우주와의 교감과 인류의 위기라는 큰 주제를 한 여성 안에서 기막히게 풀어냈다.

어느 날 전 세계 12곳에 정박한 외계인의 우주선 ‘셀’. 셀은 높이만 450m에 이르러 그 존재만으로도 인류에게 공포감을 안겨준다. 에이미 아담스는 인류를 대표해 미지의 생명체와 소통하는 언어학자 ‘루이스’ 역을 맡았다. 그는 섬세한 표정과 눈빛으로 신비로운 여성과 모성애 가득한 어머니의 모습을 동시에 그려낸다.

가상의 셀의 존재를 진짜로 만드는 그의 연기는 시종일관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이론 물리학자 ‘이안’ 역의 제레미 레너의 연기도 영화의 긴장감을 적당히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는 여러모로 주인공이 여성이어야 하는 이야기다. 현실을 살면서 미래를 만드는 존재, 여성은 아이를 낳음으로써 다음 세대를 잇는 창구를 상징한다.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주인공을 통해 완성된다. 영화에서 ‘루이스’는 외계인을 대할 때 아이를 대하는 어머니와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외계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고, 언어를 하나하나 가르친다.

고정관념을 깬 설정들은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넓적한 접시 형태의 UFO, 커다란 눈과 머리를 가진 외계인, 우리가 익숙한 외계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컨택트’ 속 우주선은 중력을 무시한 긴 원형이고, 외계인은 관절을 가진 낙지 같은 형태를 지녔다. 오징어 먹물 뿜듯 글자를 허공에 만들어내며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관객도 ‘루이스’가 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박선아 기자.

▲ 영화 ‘컨택트’ 스틸. (제공: UPI코리아)

“영화 이름이 왜 컨택트(Contact)지?”

원제 얼라이벌이 더 나은 듯
외계인 왜 왔나, 개연성 아쉬워
해결사 미국… 우월주의 과해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12개의 쉘과 그들이 보내는 의문의 신호, 그들의 신호를 해독해야 하는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와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 분)’의 모습을 통해 예측불허의 전개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컨택트’를 체에 놓고 ‘탈탈’ 털면 ‘외계인’ ‘언어’ ‘시간’이 남는다. 영화는 SF보다 드라마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왜 이 영화의 이름이 ‘컨택트(Contact)’지?”라는 의문을 갖는다. 원작의 제목인 ‘얼라이벌(Arrival, 도착한 사람)’로 개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계인에게 지구의 언어를 가르쳐준다는 발상은 참신했으나 애초에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에 대한 당위성과 개연성이 부족하다. 영화에선 간단하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으로 설명하지만 뚜렷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저 먼 우주에서 인류의 공격을 받아가며 지구를 찾아온 이유가 허무맹랑하다. 결정적인 순간 ‘루이스’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지만 이 또한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외계인과 적대관계로 돌아서야 한다는 선택의 순간에 가족사로 인해 중대한 결정이 된다는 것은 관객에게 당황스러움을 선사한다.

또 세계 최강은 미국이고 미국이 지구를 지킨다는 ‘미국 우월주의’가 만연한 ‘인디펜던스 데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셀이 정착한 12개국이 서로 교류하지만 정보를 공유하진 않는다.

유일하게 언어를 가르쳐 그들의 목적을 알아내려는 나라도 미국이요, 함께 해내 보자고 설득하는 나라도 미국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그야말로 말도 안 듣고, 자기 나라만 아는 이기적인 나라로 표현됐다. 특히 중국은 다른 나라와 교류를 끊고, 외계인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기까지 하는 외곬으로 표현된다. ‘(중국이 이 영화를 싫어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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