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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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한 사랑이 뜨거운 부산 롯데팬들은 올 겨우 내내 이대호(35)를 놓고 ‘스터디 그룹’을 하듯 여러 경우의 수를 따졌다.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를 거쳐 6년 만에 돌아온 이대호가 FA(자유계약선수)시장에서 최대 카드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롯데가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이대호를 잡느냐를 놓고 적잖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FA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울 것인가. 침체에 빠진 롯데에 어떠한 역할이 주어질 것인가. 다양한 궁금증이 나왔고, 여러 의견들도 제시됐다. 롯데와의 협상결과가 지난달 말 공개되자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매머드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대호는 롯데와 4년간 150억원에 사상 최고의 FA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봉 25억원에 옵션과 계약금을 포함해 50억원을 받는 계약조건이었다. 이대호의 연봉은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합쳐서도 최고액이다. 

롯데팬들은 이대호의 계약조건을 크게 반기면서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팀이 강력한 전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대호는 예상대로 국내 최고 대우를 받으며 FA 대박을 터뜨렸고, 팀내에서도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4번타자 1루수로 팀을 이끌게 됐다. 롯데는 지난 4년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는 이대호가 빠진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호가 롯데를 떠나 해외로 나간 뒤 롯데팬들은 야구의 재미를 잃었다. 팀내에 간판선수 역할을 했던 이대호가 빠짐으로써 팀 성적이 급전직하, 내리막길을 걷게 됨에 따라 롯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자연 식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대호는 롯데에서 뛰던 시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였다. 2010년에는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이대호가 중심타자로 활약했을 때, 롯데는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단골팀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이대호의 복귀에 거는 롯데팬들의 기대는 그가 해외로 나가기 전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호는 해외 무대에서 예상대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2년 연속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해외로 나갔을 때보다 더욱 강력한 타자로 복귀했을 것으로 팬들이 믿고 있는 것은 그동안 6년간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로 뛰는 모습을 TV 화면 등을 통해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대호 이전 타자로서 해외무대에서 활약했다가 복귀한 성공한 선수로는 이승엽을 꼽을 수 있다. 이승엽은 삼성에서 2003년 단일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기록(56개)을 수립하고, 해외로 나갔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4번타자로 활약하는 등 일본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다 2011 시즌 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친정집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2012년 시즌에서 126경기 타율 3할7리, 85타점으로 삼성의 2연패를 이끌었다. 당시 이승엽은 36세로 전성기를 살짝 지나간 나이로 보였지만 2013년 13홈런으로 홈런포가 다소 주춤했다가 2014년 32홈런으로 부활을 알렸다.

이대호가 국내 무대에서 이승엽과 같이 재기를 할 수 있을까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팬들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도 크게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입단식을 갖고 곧바로 해외전지훈련을 떠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6년 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어느덧 내가 최고참 대열에 포함됐다. 후배들을 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면서 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모처럼 이대호라는 대형타자의 복귀로 차디찬 겨울 추위를 무색하게 뜨겁게 FA 시장을 달굴 프로야구가 올해 새로운 기지개를 펼치며 활활 불을 태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대호가 장쾌하게 펼칠 홈런포 마당에 롯데팬들뿐 아니라 일반 스포츠팬들도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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