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희

개운동 수돗가에 시멘트 금 간 틈새
채송화 몇 송이 보일락 말락 고개 내밀자
큰 돌 몇
꽃 밟지 마라!
돌 목소리 빙 둘러 앉네

먼 길은 저 봐라봐라 바람도 쓰윽 비켜가고
그때였다 기다린 듯 옹기종기 모여든 햇살
눈 맞춰
꽃 밟지 마라!
따끔하게 쏘아 붙이네

 

[시평]

참으로 생명이라는 것은 강인한 것이다. 하찮게 보이는 작디작은 풀씨가 풀풀 날아다니다가, 시멘트 작은 틈새에라도 내려앉아 자리하게 된다면, 이내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고 또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 얼마나 강인한가. 

작고 여린 생명인 채송화 몇 송이가 힘겹게 수돗가 시멘트 금이 간 사이로 보일락 말락 고개를 내밀었다. 그 주변으로 둘러치듯이 놓여 있는 큰 돌 몇 개. 마치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채송화 몇 송이 주변에 둘러앉아, 꽃 밟지 말라고 눈이라도 부릅뜨고 앉아 있는 듯하고.

이렇게 앙증맞게 핀 채송화 몇 송이 너무 예쁘고 대견해서, 길가로 우루루 몰려오던 바람도 쓰윽 비켜서 가고. 수돗가 시멘트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햇살도 서로서로 눈을 맞추며, “꽃 밟지 마!” 하는 눈빛으로 따끔하게 쏘아 붙이듯 내리 쬐고 있구나. 

시멘트 금 간 사이를 비집고 살아가는 작디작은 생물들. 참으로 강인하고 또 대견한 생명의 모습들이 아니겠는가. 비록 작고 하찮은 것이라고 해도 생명은 모두, 모두 그 삶에의 의미가 담겨진 값지고 또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옹기종기 주변에 모여 있는 큰 돌들도, 우루루 몰려다니는 바람도, 비추는 햇살도 모두 모두 이 작은 생명의 소중함 지켜주고 있는 것이로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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