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제공: 한국여성단체연합)

인터뷰|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창립 30주년, 법 제도 개정 등 여성정책 거버넌스 역할
‘변화’ 맞닥뜨린 여성운동 방향… “다양한 젠더의제 발굴”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저는 지역여성단체 대표 출신으로 ‘여성’ ‘지역’ ‘공존’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늘 고민합니다. 페미니즘은 지역과 공존을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여성연합은 이 공존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페미니즘’에 갇히기보다 다양하고, 보다 자유로운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낙태죄 폐지 요구, 소라넷 폐쇄, 깔창 생리대 등의 사건으로 페미니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1987년부터 한국의 여성운동을 이끌어온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올해 새로 선출돼 3년간 활동하게 될 김영순 여성연합 공동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진행될 여성운동의 방향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여성운동에 뛰어든 된 동기는.

이런 질문 참으로 오랜만에 받아봅니다. 저는 학생운동을 하면서 이미 많은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중요한 결정, 중요한 직책은 남학생들이 하고 총여학생회는 존중받지 못하고 늘 일정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때 총여학생회 일을 같이하던 친구들과 여성학 공부를 하고 학교에 여성학 강좌 신청을 요구했지만 미진하다고 생각해 여성학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여성대학원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제가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문제를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페미니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가지고 헤매고 있었을 것입니다. 페미니즘을 만나면서 안개 속에 싸인 우리의 현실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바로 대구여성회에서 상근을 시작했습니다. 활동은 1992년부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1994년 상근을 시작하면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창립 30주년을 맞는 여성연합이 이룬 성과는.

여성연합의 성과는 이 공간에서 말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성 관련 법 제도는 거의 여성연합에서 제안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폭력방지 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호주제폐지, 가족법 개정,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등을 재정하는 데 일조했으며 여성가족부를 만들고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한 거버넌스 역할을 했습니다.

1987년 창립 이래로 여성연합의 역사는 한국여성운동의 역사라 할 만큼 여성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다했다고 봅니다. 2016년 현재 7개 지부와 30개 회원단체로 묶은 한국여성단체 연합은 창립 이후 명실 공히 ‘진보적 여성운동의 정치적 구심체’로서 위상을 유지하면서 시민사회와 정부, 정치권에서 여성계 대표단체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 공동대표로서 이루고자 하는 비전은.

1980년대 여성운동의 특징은 ‘단일한 존재로서 여성은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믿음에 기반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는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모든 여성의 공통된 젠더의제를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젠더차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개념을 기반으로 인종, 계급, 나이, 국적, 섹슈얼리티, 장애 여부와 같은 다른 사회적 범주들과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복잡한 정체성과 새로운 차별을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여성들 간의 차이뿐만 아니라 개인 여성 내부의 다양한 정체성에 따라 차별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중첩적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라 여성운동 의제 역시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성연합은 이러한 다양한 젠더의제를 발굴하고, 여성 내부의 차이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하고 함께 젠더의제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등장한 새로운 페미니즘이 여성연합의 운동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성연합은 기존의 운동방식인 이슈 파이팅, 법제도 제정 및 개정 캠페인 등의 방식에서 나아가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성 평등 가치를 인식하고 체화할 수 있는 일상적인 문화운동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여성주의 공간으로서 정체성을 보다 선명하게 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고민과 기존 여성운동 조직 간 결합지점을 모색할 수 있는 열린 방식이어야 할 것입니다.

- 한국사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여성문제는.

여성운동은 세대별 정체성이 변화하고 있고, 과거 1980년대 여성운동의 맥을 이어가는 역사성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하는 과제는 여성연합의 입장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여성운동의 과제는 성별임금격차라고 생각합니다.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노동을 하고도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임금의 60% 정도를 받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여성차별의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보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통 남성 정규직의 임금을 100이라 할 때 여성 정규직은 67, 여성 비정규직은 36, 남성 비정규직은 55만큼의 임금을 받습니다. 성별 임금격차는 2004년 39.6%에서 2016년 36.6%로 3%p 감소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6%의 두 배가 넘습니다. 이 때문에 20년째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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