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성. (제공: NEW)

영화 ‘더 킹’서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으로 완벽 분해
“우아한 외피 속 추악한 속내… 무너뜨리는 것 즐겼다”
감독 데뷔 고려 “구상했던 스토리 적정한지 고민 중”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이 옷이 멋진가요? 잠옷 입고 왔어요.”

“왜 이렇게 멋지게 입고 오셨어요”라고 묻는 기자의 말에 배우 정우성(44)은 이같이 답했다. 그의 위트 있는 한 마디가 인터뷰의 분위기를 달궜다.

그대로도 귀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값어치가 오르는 백자처럼 정우성도 그러했다. 1994년 영화 ‘구미호’에서 잘생긴 얼굴로 데뷔한 정우성은 차츰 연기력을 쌓으며 ‘감시자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아수라’ 등에서 열연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직 ‘천만’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본 적은 없다.

이번에 정우성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을만한 영화 ‘더 킹’으로 돌아왔다. 영화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정우성은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권력 설계자 ‘한강식’으로 완벽 분했다. 20대 초반에 사시 패스를 성공하고,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목포를 평정한 ‘한강식’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실세 중 실세다. 극 중 ‘한강식’은 자신이 설계한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함을 소유했다.

‘한강식’은 최고의 권력자이지만 끝없는 욕망 탓인지 전형적인 검사의 모습과 대조되는 허술함을 가졌다. 광기 어린 서늘한 표정부터 어이없는 풍자까지 등장부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는 ‘한강식’은 정우성의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우성은 “‘한강식’을 처음 봤을 때 무너뜨리고 싶었다”고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그는 “‘한강식’을 감싸고 있는 외피는 우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의 속내는 추악하다”며 “내가 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무너뜨리고 싶었던 ‘한강식’을 보면서 관객들이 비웃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 정우성. (제공: NEW)

평범하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한 톤 앤 매너가 필요했다. 정우성은 “감독이 풍자와 해학을 담은 마당극같이 유쾌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시나리오를 통해 충분히 공감됐다”며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시나리오 전개와 톤 앤 매너가 전형적이지 않았다. 진지한 이야기를 최대한 유쾌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이 논의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렇게 우아한 체하지만 악취를 풍기는 ‘한강식’에게 몸을 빌려줬다.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정우성은 “한강식을 무너뜨리는 것을 즐겼다. 지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처절하게 졌다”며 눈을 반짝였다.

한재림 감독은 배우 조인성과 정우성의 잘생긴 외모가 그들의 연기력을 가려 아쉽다고 인터뷰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숙명이니까 그러려니 하겠다. 그게 난데 어떻게 하겠느냐”며 “모든 캐릭터에 평가도 중요하지만 이런 외모를 가지고 그런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에 대한 고단함도 나 스스로가 이겨내고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먹고 늙어서 정우성의 작품을 회고할 때 어떤 평가를 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클론의 ‘난’, 자자의 ‘버스안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동안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정우성은 “잘 추고 싶었다. 배성우 씨랑 (조)인성이는 같이 준비하면서 연습했고 저는 영화 ‘아수라’ 스케줄이 겹쳐서 따로 연습했다. 둘이 연습한 거 영상으로 보고 많이 웃었다”며 “현장에서 ‘버스안에서’부터 ‘난’까지 7일 정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 정우성. (제공: NEW)

“그들의 모습을 해학·풍자한 장면이죠. 현실에선 지하에 숨어서 영화보다 음탕하게 놀 수도 있는데 풍자다보니까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들만의 파티를 벌이잖아요. 그들이 자아도취에 빠져서 파티 즐기는 것을 형상화 시킨 거죠. 굿판도 마찬가지예요. 큰일을 앞두고 진하게 무속에 기대는 모습이 어처구니없죠.”

이처럼 그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 끝없이 도전한다. 영화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으며 감독으로 데뷔할 생각도 있다. 그는 “이제 감독을 해야 하는 시기구나 생각이 드니까 여태까지 구상했던 스토리를 적정한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거고 지금 작업 중인 작업해놓은 스토리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도전은 커다란 것뿐 아니라 미묘한 것에 의해 결정지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평생 도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로 도전하고 있는 셈이죠. 앞으로 더 나이 먹기 전에 뭘 좀 배워볼까 합니다. 어릴 때부터 배워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시간에 쫓겨서 혹은 게을러서 하지 못한 것들이요. 악기나 춤, 탱고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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