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서울대학교의과대학/서울대병원산학정과정 학사부원장

 

미국에서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8만 2천개의 공장과 5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중국과 멕시코 같은 저임금 국가로 공장을 옮긴 영향이 크다. 그러나 금년 들어 포드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는 멕시코 공장건설 계획을 포기하고 각각 7억, 1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에어컨 생산기업 캐리어도 멕시코 공장 이전 계획을 백지화했다. 소프트뱅크와 크라이슬러도 미국에 확대투자를 발표했다.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 3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에 굴복한 것이다.

트럼프가 애플도 압박하자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 훙하이그룹이 미국에 8조 원을 들여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도 선제적으로 미국 내 공장 신설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자국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정책을 추진하여 GM, 보잉 등을 본국으로 유턴시켰다. 트럼프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당근 정책을 강화하면서 직설적으로 기업들을 협박하고 있다. 실제 캐리어는 공장 이전을 포기하는 대가로 10년간 700만 달러(약 84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 받게 됐다.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강국들도 세금감면과 지원책 등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을 유턴시키고 있다. 일본은 혼다, 도요타, 파나소닉 등을 국내에 복귀시켰으며 독일은 값싼 인건비를 찾아 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한 세계 2위의 스포츠용품 메이커인 독일 아디다스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토록 지원하며 국내로 이전시켰다. 멕시코 정부는 기아차 유치를 위해 여의도의 1.7배에 달하는 500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의 세제 혜택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부터 광주사업장의 냉장고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중국 시안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지었다. LG화학은 중국 난징에 배터리 공장을,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멕시코에 4번째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그만큼 국내 세수는 줄고 국내 일자리도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국내 제조기업들의 해외 이전 가속화로 2006년부터 10년간 344억 4천만 달러 규모의 국내 투자가 무산됐다. 없어진 신규 일자리가 24만 2천여개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비용 절감, 현지화를 통한 생산과 마케팅 강화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측면도 있지만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들과 낮은 노동생산성, 노동 시장의 경직성과 노사분규 또한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과 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기업의 해외 생산 시설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유턴기업 지원법’을 만들어 법인세와 소득세를 최대 7년간 50~100% 감면해 주고 자본재 수입에 대한 관세도 최대 5년간 50∼100% 감면해 주는 등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중소기업 80여곳에 불과하다. 대기업에선 LG전자가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의 세탁기 생산 시설 일부를 국내로 옮겨온 것이 유일하다. 지원법은 유턴기업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기업은 다른 법과의 충돌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해 왔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금년부터 수도권으로 이전이 허용됐으나 시행하자마자 지역균형발전 명분에 휘말려 있다.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난파선에 있는 우리 경제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절감 등의 이유로 국외로 나간 우리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즉 리쇼어링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기업의 국내투자 유치와 해외에서 유턴하는 국내기업이 유턴한 경우 지원책도 강화해야 한다. 우수 인력 확보가 가능토록 수도권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일부 생산라인을 해외에 남겨두고 국내에 새로 공장을 설립한 경우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기업은 해외 공장을 완전 청산해 이전해야 한다는 조건도 폐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대기업이 본국으로 복귀하면 협력업체까지 데리고 돌아오기 때문에 고용과 투자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노동 경직성 해소도 한국형 리쇼어링 붐을 조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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