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민 강원 고성소방서장

 

작년 10월 말에 화재예방을 위한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세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해가 바뀌어 1월이다. 비록 예년보다는 따뜻한 겨울이지만 식당을 가든, 집을 가든, 그 어디를 가보더라도 난방기구가 설치돼있지 않은 곳이 없고 이는 곧 우리가 가는 모든 장소에 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

여러분에게 전해드리고 싶은 얘기는 화목보일러에 관해서다. 화목보일러란 쉽게 생각해서 외장형 아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소실에 나무나 기타 연소 가능한 연료를 넣고 그 열기로 물을 끓여 일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순환시키는 방식의 보일러다.

2008년 7월 유가가 최고치를 달리는 그 시기를 시작으로 우리 주변에서는 난방기구의 다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보다 싸게 난방을 할 수 있게 어떤 집은 심야전기 보일러로 또 어떤 집은 연탄보일러로 그 가운데 농촌지역에서 환영 받은 것은 바로 화목보일러와 화목난로이다.

2008년을 시점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화목보일러와 화목난로는 고유가 시대에 서민들에게 혹독한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난방기구이고 화목난로는 전원주택의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시 되는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화목보일러와 화목난로(화목보일러로 통일)의 보급 증가율보다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주택의 화재 발생률이 더 빠르다는 게 문제다.

2016년 고성군 1만 283주택 중 화목보일러를 설치한 가정은 359주택으로 4%도 되지 않지만 주택화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로 일반 주택화재보다 화재 발생률이 매우 높다.

작년 1월 고성소방서 관할에서 발생한 3건의 화목보일러 화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첫 번째는 1월 9일에 신축주택에서 처음 가동한 화목난로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통의 단열재에 불이 붙어 반소한 화재이고 두 번째는 1월 23일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보일러의 복사열로 인해 주변에 쌓아둔 땔감에 불이 붙어 일어난 화재며, 마지막으로 1월 31일에 화목보일러 화재는 타고 남은 재를 샌드위치판넬 주변에 버린 것이 원인이 되어 화재로 이어졌다.

3건의 화재에서 보듯이 화목보일러 그 자체에서 불이 붙어 발생하는 화재는 적다. 문제는 부주의와 주변환경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일러 주변에 가연물이 있어 복사열로 인해 붙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연통을 둘러싼 단열재가 제 역할을 못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다 탔다고 생각한 재에서 불씨가 살아나 화재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불씨가 연통을 통해 외부로 날아가 산화로 이어지는 경우와 흔하지는 않지만 외부로 노출된 연통이 바람에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한 나무지지대에 연통의 열기로 착화되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값싼 연료를 사용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값이 싼 만큼 안전에는 신경을 더 써야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럼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주택에서 꼭 지켜야할 사항들을 알아보자.

첫 번째는 보일러 설치 시 규격에 맞게 설치해야한다. 연통은 보일러 몸체 보다 2m이상 높게 연장해 설치하고, 연통과 맞닿는 벽면에는 10㎝이상의 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하며, 연통의 연결부에는 꼭 청소구를 설치해야 한다.

두 번째는 보일러와 연료(땔감)의 거리는 최소 2m이상 간격을 두어야 하고 연료는 꼭 지정된 연료만 사용해야 하며, 연료 투입 후에는 꼭 투입구를 닫아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소실은 3~4일에 한 번씩 청소를 실시하고 연통은 3개월에 주기로 청소를 해야 하며 보일러실 주변에 꼭 소화기를 설치해야 한다.

위의 사항만 지켜서 사용한다면 우리 주변에서 화목보일러 화재 소식은 들려오지 않을 것이다. 비단 화목보일러 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문화의 산물들이 오늘날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우리의 재산은 물론이거니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예방은 할 수 있다. 그 예방책 중 최선의 방법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언제나 안전을 가장 염두에 두는 자세가 최선의 예방책인 것이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도 굳이 화재가 아니더라도 무엇을 하든지 가장 먼저 ‘안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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