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서울대학교의과대학/서울대병원산학정과정 학사부원장

 

앞으로 정보통신공사업체도 정보통신 설비 설계·감리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금년 1월 국회 송희경 의원이 정보통신공사의 설계 및 감리에 대한 시장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행법에서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 설비의 설계 및 감리업무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보안, 통신, 미디어시설 등 첨단 정보통신공사에 대한 설계 및 감리를 정보통신공사업자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 설비의 융합화·전문화가 가속화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인데 설계·감리를 건축사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 아울러 정보통신공사의 설계·감리에 대한 시장진입 규제는 건축사의 수주기회 독점 등 시장 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있고 설계 및 감리 품질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개정안은 보안, 통신, 미디어시설 등 정보통신설비의 융합화, 전문화가 심화되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에 대한 설계 및 감리를 정보통신용역업자도 수행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를 완화하도록 했다.

송희경 의원은 “건축사의 수주기회 독점은 ‘저가 하도급’ 구조와 수직적 협력관계를 고착화해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고 지적하면서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초연결성·초기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IoT기반의 스마트빌딩, 융·복합시스템 등 첨단화·고도화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현장에 차질 없이 반영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 기술력과 지식을 보유한 정보통신용역업자의 참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정보통신공사의 설계 및 감리에 대한 시장진입 규제 완화를 통해 공정경쟁을 활성화하여 품질 및 경쟁력 향상을 유도하고 관련 산업의 선진화 및 경쟁력 제고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설계·감리 관련 조항은 1997년 제정 이래 20년 동안 지속되면서 시대 흐름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했다. 전화와 공시청(TV) 등 정보통신설비가 단순한 시절엔 건축사가 설계·감리를 맡아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초고속 정보통신 설비, 지능형 폐쇄회로(CC)TV와 홈 네트워크 등 설비 고도화·복잡화로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전문성 없는 건축사가 정보통신 또는 전기 공사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게 관행으로 됐다. 건축사 자격이 없는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법과 현실 괴리 때문에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도 별다른 단속을 하지 않았다. 하도급 과정에서도 저가 수주, 설계와 감리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분리발주와 더불어 하도급 문제는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숙원 과제였다.

앞으로 정보통신공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도 요구되고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법·저가 하도급 차단과 함께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욱 가속화되는 융합화·전문화에 대응하여 전문 업체에 의한 고품질의 정보통신기술이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AI) 기술 등 첨단 융합 기술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설계·감리에 대한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해서 공정 경쟁을 활성화하면 시공 품질 향상과 정보통신 공사의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 공사는 전기기술사와 전기감리업자가 각각 설계, 감리를 맡는다. 소방공사는 소방설계업자가 설계하고 소방감리업자가 감리를 맡고 있다. 정보통신공사만 건축사가 설계를 맡고 있어 개정(안) 처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은 점차 고도화, 융합화 되고 있는 추세에 부응하고 정보통신공사의 시공품질을 확보하고 적정 공사비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설계기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발주처별로 적용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고, 설계자의 역량에 따라 설계품질에도 차이가 나는 문제가 있다. 다행히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에서 ‘정보통신공사 설계기준(안)’에 대한 연구를 완료했다고 하니 이의 제도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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