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파파라치(paparazzi)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선주자 후보에 대한 거론과 국정농단에 연류된 유명인사들의 거취 등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파파라치라는 말은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몰래 사진을 찍은 후 그것을 신문에 파는 사진사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활동하는 파파라치의 목적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포함하여 범법행위 장면을 찍어 행정기관 등에 제보하기 위한 것으로 변형됐다. 이렇듯 파파라치의 목적이 변형된 근본 원인으로는 범법행위를 신고함으로써 신고보상금을 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중 중심이었던 파파라치는 최근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대중들의 파파라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은 작년 9월말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의 결과물 때문이었다. 이 때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을 위반한 사람을 신고할 경우 무려 최대 20억원의 보상금과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제시했다. 이 결과로 ‘김영란법 파파라치’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최근에는 유명인사에 대한 언론의 파파라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몇몇의 유력 대선주자 후보를 거론하면서 마치 ‘대선주자’로 결정된 것인 양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공정성, 객관성 보도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언론이 포퓰리즘(populism) 양상으로 전개되고, 이에 연연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나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선주자 후보를 보도함에 있어 포퓰리즘을 검증에 앞서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방송 보도의 정확성, 객관성을 위해 밀착취재가 중요하지만 도마에 오를 만큼 파파라치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국내에서 파파라치제도의 기원은 2001년 3월에 도입된 교통위반 신고보상금제도 때부터다. 당시 급격하게 증가하는 차량 못지않게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이 비일비재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감시를 강화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정부에서 마련한 제도가 주차위반차량 등을 몰래 사진촬영해 신고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타도록 하는 제도였다. 이로 인해 등장한 신조어가 카파라치인데, 이는 자동차(car)와 파파라치(paparazzi)의 합성어이다.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파파라치와 연관된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를 테면, 쓰레기 불법투기자를 신고하는 쓰파라치, 음원을 불법으로 업로드하는 것을 신고하는 음파라치, 담배꽁초를 무단으로 투기하는 자를 신고하는 담파라치, 탈세자를 신고하는 세파라치, 노래방을 불법으로 영업하는 자를 신고하는 노파라치, 김영란법 위반자를 신고하는 김영란법 파파라치 등 다양한 종류의 파파라치 합성어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렇다보니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전문적인 학원도 생겨나게 됐다. 국내에 성업 중인 파파라치 전문학원은 30여개로 추정된다. 제도의 시행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일부 업체에서 공익제보 비법을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교묘한 상술이 악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로 카메라 판매로 폭리를 취한다는 점이다. 우선 카메라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데다가 인증번호, 인증마크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불법 방송통신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이다.

파파라치제도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개정,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신고보상금만을 노린 무분별한 신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2001년 시행된 카파라치제도가 시행 2년 만에 폐지된 데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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