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김영희

 

원래는 줄기였었다.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실핏줄이
타래실로 돌돌 말아 간직한 둥근 자리였다.

한올 한올 뻗어나가 손발이 되었다.
귀가 되어 제자리 잡은 곳에 바람소리 들여놓는다.

심장으로 흐르는 강줄기로 모여들고
보름달보다 더 밝은 두 눈엔 세상을 담았다.

펌프질로 가슴을 숨 쉬게 하는 생명이었고
모래알만큼 서로 부비며 솟아나는 용솟음이다.

사랑을 심고 배려와 포용을 다독이는 손길을
배신과 욕심이란 게으름에 약해지는 줄기 속에
아픔들이 자리 잡고 무너져 내린다.

병들은 실핏줄 하나씩 끊어질 때마다
종점의 불빛도 하나씩 꺼졌다.

태양이 밝은 아침에도 한낮에도 꺼져가는 불빛은
슬픔이고 절망이다.

해지는 저물녁이면 피할 수 없이 다 꺼져야 하는 불빛들은
언젠가 맞이할 차례를 기다린다.

긴 기다림으로 맞이하는 종착역이 보이는 허허로운 마음엔 
한나절이나 산 것 같은 아쉬움을 힘껏 말아 쥔다.

-약력-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문학광장 문인협회 회원
주부백일장 장원
문학광장 문예대학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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