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인천시청에서 청라매립지보상대책위원회가 보상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당시 총감독을 맡았던 윤차웅(가운데) 옹이 힘겹게 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책위 “1960년대 매립지 땅 제공 조건으로 노역 참여” 주장
“사업주체 바뀌면서 보상 약속 안지켜져”… 정부 상대 소송 패소
당시 현장 총감독 “고위직 지시로 노역자 명부 원본 없앴다”
정부, 노역자 명단 원본 아니어서 보상 불가 입장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청라매립지 노역자들로 구성된 보상대책위원회가 24일 인천시청에서 ‘약속된 땅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바다를 메꿔 만든 청라매립지가 1980년대 동아건설이 매립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1964년부터 ‘자조근로 사업’으로 영세 노역자들이 매립한 땅”이라며 “50여년이 지나도록 ‘약속한 대가’를 받지 못해 억울한 처지에 있다”고 호소하며 보상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애초 청라국제도시는 ‘갯벌을 매립한 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전국에서 모여든 2000여명의 빈자(貧者)들이 10여년의 노역을 통해 일궈냈다”며 “그러나 이들이 쌓아올린 제방과 간척지는 동아건설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공유수면 매립은 ‘CARE’라는 국제민간구호단체와 정부가 지원하는 ‘난민 정착사업이자 자조근로사업’으로 영세민들의 정착을 위한 구호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들은 1964년부터 정부의 자조근로사업에 참여해 인천 율도-장금도-문첨도-청라도-일도-장도-경서동까지 9366m에 이르는 둑막이 공사를 했으며 여의도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1296만㎡를 매립했다.

자조근로사업은 1960년대 미국의 원조를 받아 난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한 사업이었으며 당시 노역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개인당 3000평씩 나눠주는 조건으로 이들의 하루 노역의 대가는 밀가루 3.6㎏가 전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사업주체가 바뀌면서 정부가 약속한 토지를 받지 못해 2007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최근 대법원도 기각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판결에서 “이들이 청라매립지 매립공사에 참여한 사정은 엿보이나 그 공사에 참가한 노역자들이 누구인지, 참여 기간 등을 알 수 없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 줬다. 노역자 명단이 원본이 아니고 계약서 등이 없어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 총감독을 담당했던 윤차웅(93, 남) 옹은 “1971년 고위직의 지시로 명부를 불태워 원본은 없는 상태”라며 “그 당시 자신이 불태워 증거를 없애버린 죄책감에 시달리며 수십년 가슴앓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 굶주리며 노역에 고생한 분들에게 죄송하고… 이제라도 정부에서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보상을 촉구했다.

최경희 청라지구매립지보상대책위원장은 “그 당시 22세로 노역자들에게 밀가루를 배급하는 서무일을 봤다. 매 맞으며 고생하던 분들이 50년이 넘도록 가슴에만 담고 있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함께 하게 됐다”며 “당시 2000여명이던 노역자들이 세상을 떠났거나 소식이 끊겨 이제는 590여명만이 남았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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