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가정 밖 청소년의 인권보호를 위해 여성가족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 법령 개정과 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015년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 가정 밖 청소년(가출 청소년) 인권 현황을 모니터링 한 결과, 가정의 보살핌 부족이나 학대 등으로 가정 밖에 나온 청소년이 건강악화는 물론 끼니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있거나 절도나 성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시급함을 확인하고 인권보호 방안을 검토했다.

‘가출 청소년’,‘우범소년’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사회적 낙인 우려

인권위의 2015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가출’이‘반사회적 행동’이라는 관점에 기반하고 있어 경찰의 단속 또는 언론보도를 통해 다뤄지는 가출 청소년들이 비행청소년, 예비범죄자로 간주되고 있다.

인권위는 “가출이라는 행위에 초점을 두기보다 발생 원인에 따른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가정 밖’이라는 상황에 초점을 두고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용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인권위는 현행 청소년복지지원법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출’이라는 용어를 ‘가정 밖’으로 대체하고 그에 따라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 및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아울러 ‘가출 청소년’을 소위 ‘우범소년’으로 규정해 ‘가출’ 자체를 잠재적 범죄로 낙인찍는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3호 나목의 규정 삭제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법정대리인 불비로 인한 사각지대 해소 방안 마련

가정 밖 청소년이 전학, 은행통장 개설, 병원 치료, 휴대폰 구입, 근로활동 등을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상 부모와 관계가 단절됐거나 학대가 있었던 경우 동의를 받기 어렵고, 아동복지시설 장이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거나 친권자의 동의를 갈음하는 재판을 청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인권위는 청소년 보호기관 종사자가 후견인제도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이나 매뉴얼을 통해 제도를 상세히 안내하는 한편, 후견인 지정이나 친권 재판절차에서 법률조력 제공과 같이 사법접근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가정 밖 청소년의 교육권 보장

인권위는 학교를 떠나거나 장기 결석한 가정 밖 청소년이 학교로 돌아오려고 해도 결정권을 가진 학교장이 불허하는 사례들을 확인하고, 복교 거부 시 이의제기나 심의절차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또한 가정폭력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청소년보호기관에서 긴급하게 보호되고 있는 청소년이 무단결석으로 처리되고 있어, 불가피성을 고려해 일정 요건에 따라 보호기관에서의 생활기간을 학교 출석으로 인정할 것도 권고했다.

가정 밖 청소년의 보건·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

가정 밖 청소년이 의료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이나 부양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인권위는 가정 밖 청소년에게 의료급여 수급권을 부여하기 위해 의료급여법 제3조 제1항에 ‘청소년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청소년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급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정부가 지정한 ‘건강 특화형 쉼터’에서 의사가 월 1회 진료한다거나 간호사가 주 3회 순환 배치되는데 그쳐‘건강 특화형 쉼터’의 기능 보강 및 실질적인 의료상담이 가능하게 정책을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정신건강 관련 의료서비스 측면에서도 쉼터를 묶어 임상심리사를 배치하는 방안, 광역단위 거점지역에 청소년치료재활센터를 추가 설치할 것도 권고했다.

청소년쉼터 기능 보완

인권위는 모니터링 결과 청소년쉼터의 입소기간에 따른 유형별 쉼터의 경계가 모호하고 쉼터별 특성이 부재하며 일시쉼터가 아웃리치(현장 지원 활동)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인권위는 가정 밖 청소년의 특성과 요구에 기반해 청소년쉼터를 다양화, 전문화할 것, 나아가 청소년쉼터의 바람직한 운영방향에 대한 기본원칙을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규정할 것을 권고하고, 시·도 단위 가정 밖 청소년 밀집지역 등에 일시쉼터를 증설하고, 종사자 배치 기준에 아웃리치(현장 지원 활동) 전담요원을 명시할 것 등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또한 청소년 쉼터 시설 설치 운영기준에 침실기준 정원 및 시설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종사자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아울러 자립지원을 위해 토지주택공사의 ‘소년소녀가정 등 전세주택지원’ 대상자에 청소년쉼터 퇴소자도 반영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실종아동 신고의무 규정 개선

인권위의 2015년 모니터링 결과, 가정 밖 청소년의 상당수가 가정학대를 경험하고 이를 견딜 수 없어 가정 밖의 삶을 선택하는데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호기관 종사자들이 해당 청소년이 실종 아동임을 알게 된 경우 지체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로 인해 가정 밖 청소년이 보호기관을 기피하고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최소한의 신고유예 기간을 인정하거나, 당사자의 의사를 파악해 동의를 전제로 신고하는 방안 또는 귀가할 가정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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