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연휴를 앞두고 23일 오후 시민이 서울 중구의 롯데백화점에서 명절 선물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부담 때문에 직장 때문에
올해 설은 혼자 보낼 계획”

설 물가 최대 8.1% 상승
명절 차례상도 허리띠 ‘꽉’

[천지일보=강병용·김민아 기자] 치솟는 소비자 물가와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예년과는 다른 설 풍경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명절을 준비하는 시민들을 만나 달라진 설 풍속도를 살펴봤다.

◆각기 다른 사정의 ‘혼설족’

설 연휴에도 고향을 가지 않고 혼자 설날을 보내는 ‘혼설족’이 증가하는 추세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혼설’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제적 부담과 생업, 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고향을 가지 못하는 청춘이 많았다.

취업준비생인 심영묵(30)씨는 몇 년째 명절날 친척집에 가지 않았다. 심씨는 “친척들이 다 모이는 명절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공무원시험에 합격해야 부모님이나 주변사람들에게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지 3년째인 왕수천(27, 여)씨는 설 연휴 동안 중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고 밀린 대청소와 집안일을 할 예정이다. 그는 “주변에 바람이라도 쐴 겸 여행 다녀올 생각도 했지만 혼자가기 부담스러워 포기했다”며 “한국 지인들은 명절날 친척집으로 떠나 만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강은미(29, 여)씨는 지방에서 상경해 혼자 사는 ‘혼족’이다. 강씨는 업무 특성상 설날 연휴에 백화점을 찾는 해외관광객과 고객을 맞는다. 그는 “명절 당일에는 일하지만 퇴근 후 명절 기분을 내기 위해 파전과 튀김 등의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고자 한다”면서 “어차피 설날에 쉬어도 기차표도 구하기 힘들다. 설 연휴가 지나면 고향에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명절을 통해 여유를 찾고 재충전의 기회를 삼고자 하는 이도 있다. 최정인(가명, 25, 여)씨는 “모처럼의 휴식이니 미뤄뒀던 드라마를 몰아보고 마트에 들려서 먹고싶은 음식을 골라서 집에서 휴식하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설 명절에 찾아온 소비 한파

민족대명절 설을 목전에 앞두고 있지만, 명절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얼굴엔 기쁨보단 걱정이 묻어났다. 설 물가가 지난해보다 최대 8.1%까지 상승하면서 시민들은 명절에도 지갑 한 번 열기가 두렵다.

이태준(32)씨는 ‘설 물가 상승’에 대해 이야기하자 착찹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씨는 “명절에 집에 내려가야 하는데, 부모님 선물이며 조카들 용돈이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니까 머리가 복잡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설 선물세트를 살펴보러 나온 한태석(52)씨는 “올해는 친척들끼리는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고 했다”며 “지인에게 보낼 것을 보고 있는데 김영란법도 있고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서 3~4만원대 가격에서 골라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련업계가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설 차례상 관련 28개 성수품을 조사한 결과, 설 상을 차리는데 대형유통업체에서는 34만 1000원, 전통시장에서는 25만 4000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설 연휴기간과 비교했을 때 대형유통업체의 경우 0.9%, 전통시장은 8.1%가량 늘어난 수치다.

박인화(48, 여)씨는 “진짜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실감난다. 채소, 과일, 고기 안 오른 게 없다”며 “제사를 지내야 하니 음식 장만을 안 할 수도 없고, 음식 양도 좀 줄이고 종류도 간단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이후 처음 맞는 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5만원 안팎의 선물세트가 주류를 이뤘다. 개중에는 5만원을 넘는 ‘홍삼’ ‘상황버섯’ 세트도 눈에 띄었지만, 시민들의 눈길은 대부분 5만원대의 선물세트에 집중됐다.

실제 3대 대형마트가 준비한 이번 설 선물세트 구성에서 5만원 대 미만 제품들의 비중은 이마트는 90%에 달하고 홈플러스도 전체 85%인 220여 종, 롯데마트는 54.1% 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김영란법 때문인지 5만원 이하 선물을 찾는 손님들이 주를 이룬다”며 “실속있는 중저가 가공식품선물세트가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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