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한 지 30일로 닷새째를 맞고 있지만 군의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자 구조작업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사고를 둘러싼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안 그래도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실종자 수색에 아무런 진전이 없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와중에 각종 의혹들이 끊이지 않자 해명을 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조지점 침몰 함미 3일만에 탐지 = 군은 함정의 뒤에서 3분의 1부분에서 잘린 함미 부분에 46명의 실종자 중 적어도 32명이 갇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그만큼 함미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함을 뜻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지난 26일 밤 9시30분께 함미 부분이 침몰한 지 약 58시간 만인 28일 오후 10시31분께 침몰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다.

함미 침몰 위치가 사고지점에서 불과 180m 떨어진 곳이라는 점에서 군의 초기 수색활동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고지점을 알고 있고, 함미가 사고 직후 침몰했다면 그 주위부터 수색하는 게 상식인데도 3일 만에 찾았다는 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군은 음파탐지기를 탑재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뢰탐지함이 28일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태영 국방장관이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함미 위치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한데다 함미를 처음 탐지한 것은 어선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시간 `오락가락' =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함정이 두 동강이 난 사고 발생 시간을 두고도 군의 설명은 일관성을 잃고 있다.

애초 군 당국은 사고 시각을 오후 9시45분으로 발표했다가 이튿날인 27일 국회 보고에서는 9시30분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사고시각을 "9시25분"이라고 다시 5분을 단축시켰다.

김 장관의 발언이 있자 국방부는 "공식적인 사고시각은 9시30분"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해양경찰청은 28일 보도자료에서 사고발생 시각을 9시15분으로 적시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천안함 함장과 포술장이 사고 발생 직후 잇따라 2함대사령부에 사고 사실을 보고한 시간이 기록돼 있음에도 군의 사고발생 시각은 오락가락한 셈이다.

여기에 실종된 한 부사관이 사고당일 밤 여자친구와 32분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오후 9시16분께 갑자기 중단됐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는 주장도 나와 폭발 이전에 함정 내에 뭔가 긴박한 사안이 터졌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수중암초설..軍 "영향못미쳐" = 천안함이 사고지점에서 거대한 암초에 좌초해 두 동강이 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해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에 부닥쳐 함미가 침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은 해당 해역이 조개껍데기 등 어패류가 쌓여있는 석조개 지역으로 암석처럼 단단하지 않아 함정에 부닥치더라도 아무런 영향을 못미친다고 반박했다.

군 관계자는 "함선이 석조개에 긁힐 수는 있어도 쪼개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천안함이 수심이 얕은 사고해역을 왜 항해했느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해역이 통상 항해 경로가 아니기 때문에 뭔가를 쫓아서 무리하게 기동한 게 아니냐는 것으로, 이 의혹은 사고 당시 인근의 다른 초계함이 북한 잠수정으로 보이는 미확인 물체를 향해 발포했다는 소문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김태영 장관은 "해당 해역은 천안함이 15~16회 다녔던 곳"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고, 합참 관계자도 "해당 해역 수심이 24m인데, 수심이 15m 이상만 되면 초계함은 어디든지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선체 두동강..軍 `파공'→`절단' = 군은 애초 천안함이 폭발에 의한 함미 바닥 파공(구멍)으로 선체가 두 동강이 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흘만인 29일에는 "파공은 더 이상 유효성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애초 함정에 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큰 폭음 소리가 나서 큰 구멍이 생겼을 것으로 추측했다"며 "함장이 함정이 절단됐다고 증언했기 때문에 파공이 아닌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김 장관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기뢰 폭발 등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고, 아직 정확한 사고조사도 안된 마당에 파공이 없었다고 신속하게 공식 입장을 바꾼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또 파공없이 선체가 두 동강이 날 수 있는지 역시 의문으로 남는다.

이와함께 일각에서는 천안함이 더이상 채우지 말아야 할 한계를 의미하는 제한톤수를 넘기거나 배의 부력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밸러스트(ballast) 탱크에 한계 이상의 물을 채워 침몰을 앞당겼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장시간 항해를 위해 사용할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밸러스트 탱크에 기준 이상의 물을 채웠기 때문에 사고가 나자 배가 두동강이 나고 조기에 가라앉았을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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