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환경연대가 23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선(禪)의 생태적 상상력과 지혜’를 주제로 제3회 녹색불교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환경연대, ‘선(禪)의 생태적 상상력과 지혜’ 포럼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현묘한 도는 오묘한 깨달음에 있고, 오묘한 깨달음은 진실에 나아가는 데 있다. 진실에 나아가면 곧 유무를 평등하게 관찰하게 되고, 유무를 평등하게 관찰하면 너와 내가 둘이 없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은 나와 더불어 같은 뿌리이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몸이다.”

불교에 큰 영향을 끼쳤던 승려인 승조(僧肇)의 논문집 조론(肇論)에 기록된 ‘불이중도’ 사상이다. 불광연구원 서재영 책임연구원은 23일 ‘선(禪)의 생태적 상상력과 지혜’를 주제로 열린 제3회 녹색불교포럼에서 생태위기의 해법으로 승조의 불이중도(不二中道) 사상을 제시했다.

불이중도는 현실 세계는 여러 가지 사물이 서로 대립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모두 고정되고 독립된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근본은 하나라는 ‘불이’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는 바른길이라는 ‘중도’가 합쳐진 말이다. 서 연구원은 불이중도가 생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사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3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선(禪)의 생태적 상상력과 지혜’를 주제로 열린 제3회 녹색불교포럼에서 불광연구원 서재영 책임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발제문에 따르면 고대사회에서는 대지를 생명체로 인식했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해서 본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과학혁명을 거치며 점차 사람들은 자연은 죽어있고 기계와 같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자연에 부여됐던 영혼은 박탈됐다.

서 연구원은 이러한 물질적 풍요가 행복이라는 왜곡된 인생관, 자원의 무한성에 대한 오해, 이분법적 가치관과 인간중심주의 등으로 생태 위기와 무명(불교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하는 고제·집제·멸제·도제의 근본 의에 통달하지 못한 마음의 상태)의 상태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는 불이중도 사상이 생태적 무명을 밝힐 새로운 철학, 깨달음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불이중도 사상을 갖게 되면 자연이 살아있다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있는 자연’이라는 이미지는 자연을 파괴할 수 없도록 하는 정신적, 문화적 버팀목”이라며 “대지와 자연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 누리는 권리와 존엄성을 대지와 자연물에도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환경연대가 주최한 이날 포럼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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