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송범석 기자] “이 아이는 얼마입니까?”

일본에서 파란을 일으킨 소설 <어둠의 아이들>이 국내판으로 출간됐다. 이미 영화로도 제작된 이 책은 90년대 후반 태국에서 자행된 아동인권학대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혼란과 끝없는 가난이 겹친 태국의 빈민가 아이들은 다용도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아이들은 8세가 되면 가족을 굶기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부모의 소소한 욕망 때문에 인신매매단에 헐값에 팔린다.

아이들은 팔려간 사창가에서 인간의 가장 추악한 단면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아동성애자들은 8~13세 어린아이들의 성을 탐하며 꼭꼭 숨겨왔던 더러운 욕망의 봉인을 풀어헤친다. 뒷돈으로 경찰과 정부를 매수한 인신매매 조직은 거칠 것이 없고 국제여론도 힘을 쓰지 못한다.

어른들의 추악한 혓바닥이 핥고 간 상처받은 동심의 끝자락에는 장기매매가 기다리고 있다.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자녀를 둔 부모는 선악의 피안에 사로잡혀 가난한 아이들의 헐떡이는 심장을 탐한다. 스트리트 칠드런(길거리 아이들)의 몸은 소와 마찬가지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안구는 외국의 연구센터로 이송되고, 신장도 비싼 값에 팔려나가며 죽은 후에도 마약을 넣을 수 있는 ‘가방’으로 사용된다.

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도 뻗어있는 어둠의 루트에는 수십 개의 이익집단이 관여돼 있다. 폭력조직은 마약계, 정치가, 재계, 군, 마피아, 관료, 대형병원에까지 유착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

태국에서 아동 인권운동을 전개하는 나파폰, 레크, 그리고 레이코는 호시탐탐 폭력 조직으로부터 생명을 위협받는다. 인권 센터 소장인 나파폰은 어느 날 사창가에 끌려가 학대받고 있는 소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국제사회에 해결을 요청하기 위해 동분서주로 뛰어다닌다. 하지만 문제를 깊숙이 파고들어 갈수록 돌아오는 것은 경찰의 차디찬 냉대와 정계의 무관심 그리고 죽음이 남긴 상처뿐이다.

생생한 현장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직접 나선 레크는 결국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하고 슬픔에 잠긴 나파폰과 레이코는 방향을 돌려 메스컴을 이용하기로 한다. 레이코의 선배이자 일본 메이저 신문사의 특파원인 난부 히로유키는 아동인권 학대의 실태를 담은 기사를 써내지만 여론은 여전히 잠잠하기만 하다.

나파폰은 할 수 없이 야당과 관련된 노동단체가 내미는 손을 잡고 연대로 대국민행진을 벌이기로 한다. 하지만 또 일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폭력 조직과 경찰의 치밀한 방해 공작으로 야당의 유력 인사가 암살당하고 센터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고 만다.

가까스로 죽음을 피한 레이코는 같이 일본으로 돌아가자는 난부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센터로 돌아간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직 가장 소중한 것이 남아있기에… 그녀는 눈물을 닦으다. 그리고 다시 일어선다.

“제가 있을 곳은 여기예요. 여기서 소장님과 동료들을 기다리겠어요. 설령 그녀들이 죽었다 해도, 그녀들의 혼을 찾을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홀짝이며 음미할 때 이웃나라 빈민가의 아이들은 36만 원에 팔리고 있다. 그 가격은 우리나라에서 딱 애견 한 마리를 살 수 있는 값이다. 동남아시아의 아동 학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책은 우리가 고개를 돌리는 추악한 현실의 단면을 직시하라고 재촉한다.

양석일 지음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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