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재림 감독 (제공: NEW)

정우성·조인성 카드 내세운 ‘더 킹’으로 돌아와
대한민국 쥐락펴락하는 실세들의 민낯 드러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솔직한 연애이야기를 한 영화 ‘연애의 목적(2005)’, 조직에 몸담은 가장의 꿈을 그린 ‘우아한 세계(2007)’, “내가 왕이 될 상인가” 한 마디로 9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관상(2013)’ 등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고 동시에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타고난 스토리텔러 한재림 감독이 돌아왔다. 이름만 들어도 후끈한 정우성, 조인성과 함께 말이다.

영화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범죄드라마다. ‘그냥 남자들의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재림 감독은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풍자하며 세상 위에서 군림하는 권력가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가 가진 부조리함을 담아냈다.

개봉 당일인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한재림 감독과 만나 그만의 색이 담긴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이 거치면서 살아온 현대사를 보면서 ‘한국사회는 권력 가진 사람들이 정말로 살기 편한 사회가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어 답답했어요. 피해자 입장에서 부조리함을 그리는 영화 말고 권력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면 시스템, 메커니즘을 보게 되고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생각할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한 감독은 2015년 2월께 시나리오를 탈고했다. 구상을 6개월 정도 한 뒤 2개월 동안 신나고 재밌게 시나리오를 썼다. 운명의 장난인지 2년 전 완성된 시나리오가 현 시국과 맞물리게 됐다.

한 감독은 “애초에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웃는 모습 장면이 들어가 있었다”며 “‘최순실 게이트’ 사건 이후 오히려 정치 얘기가 많아서 빼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이야기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이 신념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며 “시국을 상관하지 말고 올곧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의도대로 영화에 표현해 10년 후에 이 영화를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전 영화에서 갈증을 느낀 한 감독은 ‘더 킹’을 구상하기 위해 취재를 다녔다.

주로 법원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정치사범들은 만날 수 없었지만 검사와 법조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검사는 이런 일을 겪어 보진 못했다. 그래서 반대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며 “만약 ‘어떤 선배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수사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그 취재원은 ‘그건 다른 문제’라며 놀랐다. 눈감아 주는 선택이 아주 작은 것 같지만 그로 인해 굉장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길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영화에 담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은 아니다. 허구적인 이야기다. 큰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한 감독은 취재를 통해 그들과 대화를 하고 가상의 이야기를 질문하며 감정을 얻었다.

영화는 한마디로 화끈하다.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실세들을 밀어붙이고 그들의 민낯을 과감하게 그려냈다. ‘박태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데칼코마니 형식으로 훑어 준다. 다소 지루할 수 있기에 템포가 중요했다.

“리듬감과 템포가 중요한 영화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되게 감각적인 부분이라서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었죠. 사무실에 컴퓨터 가져다 놓고 계속 편집해봤어요. 이야기의 변화에 따라 리듬감 만들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영화에서 검사와 조폭이 등장하지만 누가 조폭인지, 누가 검사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그들은 조폭이었으며 검사였다. 한 감독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들개를 활용했다. 그는 “한강식의 힘을 시각화하기 어렵다. 추상적인 힘들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뭔가라고 생각했다”며 “조폭이 아니라 정치검찰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의미, 권력을 시각화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그 중 하나가 깃털이다. 화려하지만 금방 가라앉고 쓰레기처럼 지저분해진다”고 밝혔다.

또 그는 “들개도 마찬가지다. 들개는 몽환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뿌옇고 가상의 존재로 비치도록 설정했다”며 “이는 한강식이 가진 권력이 헛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런 들개들에게 한방먹이는 검사 ‘안희연(김소진 분)’이 등장한다. 한 감독은 “꼰대 남자들의 권력, 가오 등 이런 것들을 한 여자가 당당하게 박살내면 어떨까 생각했다. 실제로도 여자 검사님들이 많이 늘면서 안 좋은 문화가 없어지고 민주적으로 변했다고 들었다”며 “신선한 뉴페이스를 등장시키고 싶었다. 전형적인 역할일 수 있어서 사투리를 쓰게 했다. 구수한 느낌에서 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치영화도 아니고 한 남자가 살아온 것을 보면서 현대사를 지나면서 ‘어떤 선택이 옳았나’ 이런 이야기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예요. 마당놀이처럼 서민들의 애환과 풍자가 담겨있으니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즐겁고 흥겹게 웃다 보면 상처를 털어버리고 다시 희망을 품고 갈 힘이 생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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