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최근 UN에서 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사람의 평생연령을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는 노년 그리고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으로 5단계로 구분해 보고했다.
수명이 늘어나 ‘100세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 사회에 건강하게 사는 ‘웰빙(Well-being)’, 여유롭게 늙어가는 ‘웰에이징(Well-aging)’에 이어 아름답게 삶을 마감하자는 ‘웰다잉(Well-dying)’이란 말이 풍미하고 있다. 그리고 ‘평균수명’ ‘기대수명’ ‘건강수명’ ‘희망수명’ ‘기대여명’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평균수명(平均壽命)’이란 갓 태어난 출생아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를 나타내는 지표로 0세의 기대수명 또는 출생 시 기대여명이라고도 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생명표’에 따르면 2015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82.1년으로 2014년에 비해 0.3년 증가했다. 이는 OECD가 발표한 세계 평균 기대수명 71.4년보다 10.7년이나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OECD 35개 회원국들의 평균보다 남자는 1.1년, 여자는 1.9년 더 높으며, 순위는 회원국 중 12위였다. 성별 순위에서 남자는 18위, 여자는 7위에 자리하고 있다.
‘건강수명(健康壽命)’은 수명의 양(量)보다 질(質)을 더 중요하게 나타내는 지표로 기대수명 기간 중에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질병이나 장애 등의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의미한다. 2015년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의 평균은 73.2세로 질병이나 사고가 없으면 70세 넘게 사는 일이 당연하게 인정되고 있지만, 기대수명 82.1세에 비해 볼 때 8.9년을 병치레나 부상 등으로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수명의 10%가 넘는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장수 국가인 일본의 건강수명은 74.9세에 평균수명은 83.7세로 병치레나 부상 등으로 지내는 기간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8.8년이다.
‘기대여명(期待餘命)’은 특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가를 계산한 생존 연수를 일컫는 말로 신생아의 기대여명은 평균수명과 같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기대여명은 82.1년(남자 79.0년, 여자 85.2년)이고, 20세는 62.5년(남성 59.4년, 여성 65.5년)이다. 그리고 60세가 된 사람의 기대여명이 24.7년(남성 22.2년, 여성 27.0년)이고, 80세에 이르면 9.2년(남성 8.0년, 여성 10.1년)이 된다.
‘희망수명(希望壽命)’은 자신이 살고 싶은 만큼의 생존 수명을 일컫는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국민건강인식조사에서 희망수명은 평균 84.0세로 기대수명 82.1세보다 1.9년이 높게 나타났다. 성별 비교에서는 남성은 85.3세로 평균수명보다 6.3년 높았으나, 여성은 82.6세로 평균수명보다 오히려 2.6년이 낮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대수명보다 희망수명이 더 높은 데 비해, 희망수명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0.4%로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희망수명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안의 조사에서는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22.0%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건강한 식생활(16.8%), 충분한 휴식(13.1%), 정기적 건강검진(11%) 순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삶의 지표를 실천해 보고자 한 사람들 중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실천하려는 의지가 약해서’가 36.3%로 가장 높았고, 일상생활이 바빠서(31.6%), 잦은 회식 및 야근(11.6%) 순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장수를 위한 좋은 습관 길들이기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100세 시대’에서도 세월이 흘러가면 누구에게나 ‘삶’과의 이별을 의미하는 ‘죽음’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의 끝이라고 여기고 있는 죽음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남은 삶을 청춘처럼 살아가리라는 마음으로 중년기나 노년기의 삶의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은퇴 후 30년의 인생을 노인의 삶이 아닌 ‘제3의 인생(Third Age)’이라고 제안했던 미국의 새들러(William Sadler) 박사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며 맞이하는 은퇴 후의 삶을 ‘뜨거운 인생’이라는 의미를 지닌 ‘핫에이지(Hot Age)’로 다시 정의했다. 지금이 바로 우리에게 ‘제3의 인생’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제 다윈이 진화론에서 제창한 적자생존(適者生存)에서 ‘적자’를 ‘잘 적응한 자’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습관을 꼼꼼히 기록해나가는 ‘잘 적는 자’로 바꾸어 자신의 건강하고 행복한 여생의 계획을 실천해 나갈 것을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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