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통일교육문화원 평화교육연구소장

 

원래는 ‘하나’였다. 그런데 둘로 나누어졌다.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서로 싸워서 갈라졌는데, 또 다시 피를 흘릴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 싸운다면 공멸을 부를 뿐이다. 때문에 평화롭게 하나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방법 중에는 어느 한 쪽이 망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는 북한이 망하면 쉽게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하나가 되는 것에만 목표를 맞출 수 없다. 하나가 된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결혼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통일만 되면 만사가 형통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부터 더 잘 살아야 한다. 결혼은 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서로 갈라서는 짝이 나선 안 된다.

요즘 북한 외교관 출신 K씨가 언론에 자주 나타난다. 그가 하는 말은 새겨들을 점도 있지만, ‘저건 아닌데’라는 것도 있다. 그중에 하나가 북한을 붕괴시켜서 통일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북한을 붕괴시켜서 통일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차후에 논하더라도,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지 따져봐야 한다. 중대한 통일문제를 근거가 빈약하거나 확률이 낮은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회에 나가서 그런 주장하니 더욱 그렇다.

이른바 ‘북한붕괴론’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북한붕괴론은 독일 통일과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붕괴되던 때 회자되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도 북한붕괴론은 상당한 탄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참으로 오래된 담론이다.

북한붕괴론의 첫 번째 문제로는 역사적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루마니아의 경우이다. 루마니아의 대통령 차우셰스쿠는 민중봉기가 일어나 198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에 처형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차우셰스쿠의 아류라 할 수 있는 일레스쿠가 ‘국가민주주의 전선’이라는 정당을 이끌고 총선에서 제1당이 됐다. 결국 루마니아의 변화와 개혁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차우셰스쿠의 아류들만 득세하게 됐다. 이러하듯 급작스런 붕괴는 사이비개혁으로 역사적 퇴보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급작스러운 정권 붕괴는 기존의 현상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둘째, 중국이다. 중국이 북한 붕괴를 강 건너 불구경할 리 없다. 북한 붕괴는 곧 자국 안보와 직결된다. 때문에 북한 붕괴론은 쉽게 말할 사안이 아니다. 셋째는 우리나라이다. 급작스러운 북한의 붕괴로 수십에서 수백만명의 난민이 휴전선을 넘어 온다면 감당하기 어렵다. 전쟁에 버금가는 아비규환에 빠질 수 있다.

넷째, 북한 붕괴는 한반도 통일문제를 놓고, 한·중·일과 북·중·러, 즉 ‘남방삼각’과 ‘북방삼각’이 서로 충돌할 여지가 있다. 이는 사드배치를 두고 벌어지는 국제관계의 양상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인문학이나 인문주의자의 입장에서는 붕괴에 의한 통일은 바라는 바가 아니다. 평화롭고, 점진적이고, 화해와 협력을 통한 통일을 지향한다. 그것은 우리 헌법의 ‘평화통일 원칙’에도 부합된다.

탈북자들의 정보에 의존하여 통일정책을 편다면 문제이고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참고는 해야 한다. 탈북자를 만나보면 탈북 동기가 각각 다르다. 북한과 남한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통일과 관련한 문제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어느 특정 부류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고도의 전략과 분석에 의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 외교관 출신 K씨는 망명이라고 하는데, 그의 말 역시 좀 더 분석하고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북한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온 탈북자들의 정보는, 우리 정보당국이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확보가 가능하다. 한반도 땅 어디에 살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통일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저 감정과 적대감만으로는 대사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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