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NCCK 기자회견, 주요 사업과 방향 발표
교회 안으로 ‘자성과 개혁’ 밖으로 ‘섬김과 희생’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오는 10월 31일이면 독일 가톨릭 신부였던 마르틴 루터가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회개를 촉구하며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 반박문을 붙인 지 500년,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가 분리된 역사적인 날이다.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은 유럽, 미주, 아시아로 널리 퍼져 나갔으며, 한국 개신교는 13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현재 주요 종단으로 뿌리를 내렸다. 개신교계 내 진보·보수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이끄는 대표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계획과 입장을 발표했다.

진보 성향을 대표하는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NCCK의 핵심 사업들 가운데 교회개혁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 자리에서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세속권력과의 결탁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고 쓴소리를 쏟아내며 자성과 개혁을 외쳤다.

◆교회개혁 위해 ‘새로운 95개 선언’ 준비

NCCK를 이끄는 김영주 목사는 “한국교회를 성찰하고 교회개혁과 사회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한 해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올해 한국교회는 과오를 참회하면서 교회 자신을 개혁하려는 신앙 회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통해 중세교회가 거듭난 것처럼 한국교회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NCCK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 특별위원회는 다음 달 안으로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정리한 ‘새로운 95개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교회 개혁의 일환으로 오는 2월 27일 ‘기억과 반성’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한국교회에 만연한 성차별 문화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다.

그는 교회개혁과 함께 다른 종교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의지를 드러냈다. 김 목사는 “종교 간 협력은 사회 안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신앙의 자유를 위한 순례가 다른 이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며 “다종교 사회에서 평화와 공존의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밖에 그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섬김·희생으로 ‘신앙의 본질’ 회복 이끈다

보수 성향의 교단 협의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교회가 빛과 소금의 본질을 잃고 비난받고 있음을 인정하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목회자와 교회의 모습부터 개혁해 본질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권력과 물질을 지향하고 교계 내에서도 금권선거가 판치는 등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며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개신교가 하나가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신앙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섬김과 나눔, 희생이 필요하다”며 “지금 한국교회는 뼈아픈 반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문제도 거론했다. 이 목사는 “선체가 인양되고 미수습자 9명이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세월호 문제는 종결이 안 된다고 본다”며 “앞으로 누가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든 세월호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진정 리더로서 국민을 섬기는 자세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한기총 개혁 방안으로 선거제를 바꾸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개신교계는 금권선거를 비롯한 선거 폐단으로 분열되기 일쑤였다”며 “한기총 대표회장과 한기총에 속한 각 교단 총회장 선거를 영구히 폐지하고, 대신 순번제 추대 형식으로 치르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한국교회 내 진보·보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NCCK와 한기총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제시한 교회 개혁 방향과 목표가 개신교의 변화를 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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