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수로 프로젝트’의 스무 번째 작품
셰익스피어 고전에 현대적 감각 더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로미오. 오, 로미오.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 당신의 아버지와 이름을 부인하세요. 당신이 그럴 수 없다면 내 사랑임을 맹세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캐풀렛 이름을 버릴 테니까요.”

뮤지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로미오와 줄리엣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대사다. 무릇 영국의 극작가 W.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함은 아름다운 중세 시대의 의상을 입고 줄리엣이 탐스러운 머릿결을 자랑하며, 난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로맨스 아닌가.

그러나 공연 시리즈 ‘김수로 프로젝트’의 스무 번째 작품인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달랐다. 로미오는 백지장같이 하얀 얼굴에 여기저기 상처가 난 돌연변이가 됐고, 줄리엣은 예쁜 드레스가 아닌 활동적인 원피스에 가죽점퍼를 입었다. W.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핵전쟁 이후 생겨난 돌연변이와 인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인간의 욕심으로 핵전쟁이 발생했다. 어렵게 살아남은 인간은 카풀렛 지하철역에서 터를 잡고 살아간다. 지상을 뒤덮은 오염물질은 여러 종류의 돌연변이를 만들어 냈다. 이제 더는 지상의 상쾌한 바람과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없다. 어둡고 눅눅한 지하에서 살아갈 뿐이다.

반면 오염물질에 노출된 인간은 돌연변이로 변했다. 이들은 몽타궤 지하철역에 모여서 지상을 누비며 살고 있지만 돌연변이를 경멸해 사냥하는 인간에 대해 복수심을 가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 서로를 물고 뜯고 끊임없이 죽이는 인간과 돌연변이. 급기야 돌연변이의 리더 ‘머큐쇼’는 무리와 함께 인간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이에 분노한 인간의 리더 ‘티볼트’는 짐승만도 못한 돌연변이들을 처단하겠다며 나선다.

어느 날 ‘티볼티’의 동생 ‘줄리엣’은 친구 ‘소피아’와 함께 호기심에 늘 동경하던 바깥세상을 남몰래 구경한다. 그때 몽타궤 역에서 만난 돌연변이 ‘로미오’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돌연변이로 태어난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고뇌하던 ‘로미오’는 자신의 입장과 처지, 모습에 좌절하게 된다. 그때 돌연변이들에게 발각된 ‘줄리엣’을 구한 ‘로미오’. 운명처럼 이끌린 둘은 사랑할 수 있을까.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가져가지만 캐릭터, 무대, 음악 등 모든 부분이 180도 다르다. 소극적인 줄리엣에서 적극적인 줄리엣으로, 난간에서 감옥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무대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음산한 분위기다. H빔 프레임과 철조망을 사용해 황량하고 거친 미래의 도시 모습을 담아냈다.

배우들은 역동적인 액션에 최적화된 2층 높이의 세트장을 뛰어내리며, 격렬한 몸싸움도 마다치 않는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동안 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공연계의 창작 브랜드로 자리 잡은 ‘김수로 프로젝트’의 20번째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이야기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혀 액션 스릴러로 재탄생시켰다. 극은 “어때? 이 정도면 볼만하지”라며 자신감 있게 묻는 듯 힘이 실렸다.

여기에 일렉트로닉 기타와 강렬한 비트의 드럼을 기반으로 하는 록 사운드는 두 남녀의 사랑과 젊음을 표현하기 충분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선 현악기와 피아노 선율을 더해 몰입도를 높였다. 그러나 배우들의 목소리보다 큰 사운드가 극을 감상하는 데 방해됐다.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무엇보다도 앙상블의 역할이 컸다. 아크로바틱하고 스타일리시 안무를 펼치는 앙상블은 등장할 때마다 무대를 가득 채운다. 특히 좀비를 연상키는 분장과 역동적인 안무가 인상적이다. 심새인 안무감독은 보통 뮤지컬 안무에서 보기 힘든 플로어와 행잉 등을 전격 도입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적재적소에 쓰인 조명도 인상적이다. 앙상블의 등장에선 현란하고 강렬한 조명으로 힘을 더했으며, ‘로미오’와 ‘줄리엣’이 등장할 땐 세상에 오직 둘 뿐인 것처럼 조명이 표현됐다.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로미오’ 역은 조풍래·동현(보이프렌드)·고은성, ‘줄리엣’ 역은 양서윤·김다혜·전예지 등이 맡아 열연한다. ‘티볼트’ 역에는 김수용·김종구, ‘머큐쇼’ 역에는 박한근·이용규가 더블 캐스팅됐다. 판타지 로맨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3월 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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