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가지가지하구나.’

처음 가지 요리 기사를 기획한 후 자료 조사 중 든 생각이다. 기껏해야 볶음, 튀김, 조림 정도로 예상했는데 가지 요리의 종류는 생각보다 훨씬 무궁무진했다.

최근 가지의 위치를 채소계의 아보카도 정도로 치면 과한 찬사일까? 물컹거리는 식감으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림에도 요리 프로그램 등에서도 가지 요리를 메인으로 세우는 위치까지 온 것을 보면 과언은 아니다. 가지의 매력을 탐구하다 보니 비슷한 식감 중 최강자인 버섯의 자리도 안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비릿한 예감도 스친다.

그럼에도 우리네 식탁에는 평범한 가지 무침만 밥 반찬으로 올라오는 것이 사실. 중화풍 튀김만 알려지다 보니 집에서 따라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이에 가지 요리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기자들과 다양하면서도 쉽게(저렴하게) 접할 수 있는 가지 요리를 탐구해봤다.

◆한중일 가지 열전… 튀김부터 구이·찜·밥까지

▲ 회현역 근처 연길반점의 어향가지 튀김. ⓒ천지일보(뉴스천지)

1. 가지를 통으로… ‘어향가지 튀김’

가지 요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식 튀김. 웬만한 중국요리집에는 ‘어향가지 튀김’ 메뉴가 있을 정도며 식감과 모양 등이 탕수육과 비슷해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기도 하다.

그런데 가지의 모양을 살려 통으로 튀기는 곳이 있다. 회현역 근처의 ‘연길반점’을 찾았다. 식당 종업원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는 “통가지로 요리하는 곳은 우리집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은근한 자부심도 보였다.

J기자
- 통가지라서 가지의 식감이 살아있다.
- 튀김옷이 쫄깃, 소스와 끈적하게 어우러졌다.
- 목이버섯이 식감을 돋우는 신의 한 수.
- 소스가 익숙한데, 케첩 맛이 강해서 아쉽다.
Tip) 볶음밥을 시켜서 소스와 함께 먹으면 좋다.

P기자
- 압도적인 비주얼. 냄새도 식욕을 자극한다.
- 특히 따뜻할 때 베어 물면 가지의 따끈한 속살과 찹쌀 반죽, 소스가 어우러져 환상적.
- 식으면 기름과 케첩 맛이 크게 느껴진다.
- 맥주가 필요하다.

L기자
- 비주얼이 화려, 다양한 채소들과 통가지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 가지를 통으로 요리해서 그런지 가지 속이 흐물흐물해지거나 식감이 크게 죽지 않아 좋았다.
- 제대로 식혀서 먹을 것. 혀 데었다.

▲ 가지에 된장, 돼지고기와 치즈 등으로 맛을 낸 망원동 미자카야의 나스덴가쿠. ⓒ천지일보(뉴스천지)

2. 일본식 대표 가지 요리 ‘나스덴가쿠’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가지 요리 중 하나인 나스덴가쿠(가지된장구이). 한국에서는 반찬보다는 이자카야의 메뉴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된장의 짭짤한 맛이 어우러져 하이볼이나 맥주 등과 꽤 어울린다. 홈파티 등 집에서도 시도해볼 만하다. 나스덴가쿠가 유명한 망원동의 미자카야를 찾았다.

J기자
- 깔끔한 비주얼.
- 가지와 고기, 치즈의 조합이 어울린다. 특히 치즈 덕분에 식감이 끝까지 좋음.
- 올리브향이 강해 다른 재료의 향이 느껴지지 않음.
- 가성비 알맞다. 가벼운 술안주로 안성맞춤.

P기자
- 품질 좋은 가지를 정성스레 요리한 것 같다.
- 가볍게 먹기 좋으나 재료에 비해 맛이 단편적.
- 치즈와 고기의 쫄깃한 식감이 좋다.

L기자
- 정갈한 모양새만큼 맛도 깔끔하다.
- 오픈형 키친에 분위기가 좋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떠올랐다.

▲ 가지 안에 만두 소를 넣어 튀긴 홍대 쟈오쯔의 가지 튀김. ⓒ천지일보(뉴스천지)

3. 소스 없는 삼삼한 튀김을 원한다면

국내 중국요리집 중 소스 없는 가지 튀김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양념과 철판 가지볶음을 비롯해 만두소를 넣은 가지 튀김이 가장 유명하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이를 먹을 수 있다 해서 달려갔다. 어만두로 유명한 홍대 ‘쟈오쯔’에서 가지 튀김과 가지 볶음밥을 시켰다.

▲ 쟈오쯔의 가지 볶음밥. ⓒ천지일보(뉴스천지)

J기자
- 튀김이 아쉬움. 겉이 바삭하지 않고 눅눅함.
- 가지가 너무 얇아서 씹는 맛이 없다. 식감이 재미없음.

P기자
- 튀김옷이 찹쌀이었으면 좋겠다.
- 만두전문점인 만큼 육즙이 많아 좋았다.

L기자
- 튀김 식감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모든 튀김이 꼭 바삭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눅눅한 것이 잘 맞아서 입에 부담도 없고 좋았다.
- 집에서 튀겨준 느낌으로 속도 든든.
- 가지볶음밥은 간장 소스와 잘 어우러졌다.

▲ 청담동 범스의 가지돼지고기굴소스찜. ⓒ천지일보(뉴스천지)

4. 속 편안한 한상 ‘가지돼지찜’
기름지거나 맛이 강한 요리보다는 속 편안히 먹을 수 있는 담백한 가지 요리를 찾는다면 가지찜과 가지밥을 추천한다.
청담동 학동사거리 골목에 위치한 한식당 ‘BUMS(범스)’는 집밥처럼 편안한 가지돼지고기굴소스찜과 가지밥을 선보였다.
 

▲ 청담동 범스의 가지밥. ⓒ천지일보(뉴스천지

J기자
찜:- 가지를 튀기지 않아도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 간은 약간 강하지만 밥과 어울린다.
  
- 함께 들어가는 돼지고기도 잡내 등이 없다.

밥:- 가지 향이 살아있다.
   
- 파와 고추가 가지밥의 풍미를 살려준다.
   
-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하다

P기자
찜:- 굴소스가 들어갔는데 맛 없을 수 없다.
   - 마늘과 후추향이 잘 어우러진다.

밥:- 비주얼은 약하지만 소박하고 든든하다.
   
- 살짝 매콤해서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다.

L기자
찜:- 익숙하면서도 접하기 어려운 음식. 밥과 찰떡궁합이다.
밥:- 가지의 풍미가 살아있고 정성스러운 맛이 느껴진다.

◆95%가 수분인 가지… 가장 큰 매력은 ‘무매력’

가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 ‘무매력’이 매력일 것이다. 즉 특별한 향이나 맛이 강하지 않고 다른 재료와 양념에 잘 어울리는 ‘흰 도화지’ 같다는 것이다.

가지는 비타민 함량이 다른 채소보다 낮기 때문에 자칫 영양가가 낮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지 내의 조직은 스펀지와 같아서 기름류와 함께 요리하면 고기를 먹는 듯 부드럽고 담백하게 씹히며 먹고 난 후에도 속이 든든한 스테미너식이 될 수 있다.

또 리얼푸드에 따르면 가지 속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시력회복, 노화방지, 항암작용 등에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100g당 16㎉로 열량이 낮고 수분이 94%나 되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사계절 내내 찾을 수 있으나 4~8월이 제철인 가지는 찬 성질을 갖고 있어서 몸의 열을 내리고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에도 효과가 있다.

반면 냉증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장트러블이 잦은 사람들은 섭취량을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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