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짐

정하선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배 밑에 평형수라는 것을 알았네
이른 바 바닥짐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배 바닥에 채워 넣는 물이라니
참, 고맙지 않은가
바닥짐을 버리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을 항해하는 균형추라니
그것이 가족이라니

[시평]

바닥짐의 사전적 정의는 ‘물에 잠기는 적당한 깊이와 평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하여 배의 아래쪽에 싣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이라고 되어 있다.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배가 안전하게 항해를 하기 위하여 배 밑에 물이나 자갈, 모래 등을 실어 배의 무게를 아래로 두게 하는 장치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의 가족을 싣고 길고긴 삶의 바다를 항해해 나가는 가정이라는 배. 그 배는 때때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풍랑을 만나 좌초의 위험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과 위험 속에서도 가정이라는 배가 전복되거나 좌초되지 않고, 삶의 바다를 항해해 나가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가족들이 서로 끈끈한 마음으로 서로 유대를 이루기 때문이리라.

그저 묵묵히 아무러한 가치도 지니지 못한 채, 배의 맨 밑바닥에 저장되어,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버려지듯, 혹은 방치된 듯, 적재되어 있는 바닥짐. 이 바닥짐 때문에 우리가 탄 배가 안전하게 항해를 하고 또 운항이 될 수 있음을 실은 대부분의 승객들은 모른다. 그러하듯이, 그러하듯이 우리 가족을 태운 ‘가정이라는 배’가 험하고 험한 세상을 무사하게 항해해 나가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가족들의 한 마음이라는 것을, 우리는 때때로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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